3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가 미·북 협상의 급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25일(한국 시각) 뉴욕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의 빠른 진행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미·북 중재에 의욕을 보였다. 그간 진척이 없던 '연내 종전 선언'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타진해 볼 의사를 밝혔다.

상황은 만만치 않다. 북한은 이번에 도출된 평양선언에서도 그동안 주장해 온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란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지만, 여기에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이란 단서를 붙였다.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의 1조와 2조에 해당하는 '미·북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진행해야만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은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폐기하겠다는 평양선언을 계기로 삼아 북한의 '핵 사찰·검증 수용'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선(先) 비핵화'란 순서는 바꾸지 않고 핵 사찰을 압박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개입하는 신고·검증·폐기란 제대로 된 '비핵화 로드맵'을 받아 내겠다는 뜻이다. 평양선언 발표 직후 핵 사찰 전문기구 IAEA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제안한 데 이어, 20일(현지 시각)에는 여러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돌아가며 핵 사찰을 부각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최종 협상에 달렸지만 김정은은 최근 핵 사찰을 허용하고 국제사회의 참관하에 미사일 시험장과 발사대를 영구히 해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김정은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여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결국 그 길의 끝은 '검증을 동반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사찰단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IAEA 사찰단과 미국 사찰단이 그 일원이 된다는 것은 (남·북·미 간에) 공유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와 나워트 대변인은 대북 제재의 계속적 이행도 함께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미국이 '선(先) 상응 조치' 혹은 적어도 '동시 조치'를 수용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미 행정부 내에는 이런 방안에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 인물이 적지 않다. 다만 참모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즉흥적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러 국내 문제에 직면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중재안'을 듣고 참신하다고 판단하면 전격 수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세히 전해 북·미 대화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비공개 메시지'의 내용은 북한의 원하는 상응 조치의 형태·시기와 이를 취해줄 경우 미국이 얻어낼 수 있는 '추가 비핵화 조치'의 상세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소식통은 "종전 선언이 이뤄진다면 영변 핵폐기와 같은 절차를 더 밟겠다는 메시지로, 추가 핵 시설 및 이미 만들어진 무기에 대한 신고 등에도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 완화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과 관련해 "(유엔 제재가) 이제는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고 비핵화를 실현하는 제재가 되고 그런 제재가 여러 가지로 해소되는 길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11월쯤으로 예상되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맞춰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