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최하는 또 하나의 국제기전 천부(天府)배가 20일 닻을 올린다. 200만위안(약 3억3000만원)의 우승 상금이 걸린 대형 기전이다. 이로써 중국은 2017년 연말 기준 11회까지 치른 춘란배와 바이링배·몽백합배(이상 3회), 신아오배(1회)를 포함해 5개를 개최하게 됐다. 8대 세계 메이저 중 절반이 넘는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달랑 춘란배 하나만 열면서 경쟁국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나타나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이곤 했던 중국이다. 신흥 부국(富國)답게 '분담금'을 높여 바둑 세계화에 힘을 보태라는 지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중국이 바둑계 최고 '큰손'으로 뿌리를 내린 것.

천부배 창설로 중국은 세계 8대 메이저기전 중 5개를 개최하는‘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은 지난해 베이징서 열렸던 제3회 몽백합배 본선 개막전 광경.

하지만 메이저 대회 누적 최다 출자국은 여전히 한국이다. 22년간 치러온 LG와 삼성화재배, 대형 단체전으로 발돋움한 농심배에 지출된 우승 상금만 15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4회 만에 중단된 비씨카드배, 9년간 이어졌던 동양증권배를 합하면 약 163억원에 이른다(일부 기전의 총규모 비공개로 우승 상금으로 비교함. 소형 기전은 제외).

2위는 일본이다. 후지쓰배 24년간 약 36억원, 4번 치른 도요타덴소배 12억원 등 우승 상금으로만 48억원을 썼다. 중국 주최 메이저 우승 상금 총액은 약 39억원으로 추계됐다. 중국 리그, 이세돌·구리 10번기, 금용성배(국가 상담기) 등은 제외했다. 대만이 8번의 잉창치배 우승 상금으로 부담한 35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규모다.

국제대회 개최 수는 그 나라 바둑계 흥망과 밀접한 함수관계를 보여왔다. 최초 메이저 기전인 후지쓰배 창설 당시 일본은 세계 바둑의 메카였다. 바둑 후진국으로 취급받던 한국이 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최정상을 누린 데는 동양증권배·LG배·삼성화재배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

일본 기사들의 잇단 부진이 후지쓰배·도요타덴소배 폐지를 촉발했고, 이는 일본 바둑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반면 중국의 굴기는 잇단 세계대회 창설과 궤를 같이한다. 국제기전은 소속국 기사들에겐 기회 확대, 팬들에겐 관심 제고, 바둑계엔 저변 확충 효과를 제공했다.

89년 제1회 잉씨배서 조훈현 9단이 우승했을 때 싱가포르 현장에 있었던 명지대 정수현 바둑학과 교수의 회고담이다. "현지서 만난 우칭위안(吳淸源) 선생이 정색하며 '한국도 강국이니 국제대회를 만들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 그 말에 충격받아 귀국 후 조 9단 등과 함께 동양증권배 창설을 도왔고, 그것이 한국 바둑 도약의 기폭제가 됐다."

세상은 돌고 돌아 어느새 일본이 눈총 받는 위치가 됐다. 경제 호황 속에 바둑 성적도 회복세이면서도 주니어·여성 외 종합 메이저 대회는 여전히 중단 상태이기 때문. 일본기원 구보 히데오(久保秀夫) 기전담당 이사는 본지 질의에 "아직 메이저 개최 움직임은 없다. 계속 노력하겠다"란 회신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