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입자가 임신부의 태반에까지 침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기에 떠다니는 유해 입자가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구체적 증거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 시각) 파리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협회 국제회의에서 영국 퀸메리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시커먼 공기오염 입자가 산모의 폐를 거쳐 태반에 갇히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태반에 있는 오염 입자가 태아에게 유입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영국 퀸메리대학교 연구진은 2018년 9월 16일 파리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협회 국제회의에서 대기오염 입자가 산모의 태반에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비흡연 산모 다섯명의 태반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태반에서 면역 체계를 구성하는 대식세포 3500여개를 1차로 분리한 뒤, 2차로 박테리아와 대기오염 입자에 둘러싸여 거무튀튀한 색을 보이는 대식세포 72개를 걸러냈다.

걸러진 대식세포를 에워싸고 있는 시커먼 입자를 따로 떼어내 관찰한 결과, 태반에서 발견된 이 입자는 산모들의 폐에서 나온 거무스름한 오염 입자와 매우 흡사한 모양을 띠고 있었다. 과거 동물 실험에서는 대기오염 입자가 임신한 동물의 혈류를 타고 들어가 태반까지 이동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연구팀 중 한명인 퀸메리대 리사 미야시타 박사는 최종 확인을 위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건강한 산모의 태반에서 발견된 시커먼 입자가 대기오염 입자라는 사실은 매우 명백하다"며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퀸메리대의 또 다른 연구진 노리스 리우 박사는 "오염 입자가 태반에 갇혀있는 것만으로도 태아에 직접적인 해가 된다"면서 "태아에 오염 입자가 유입될 확률이 매우 높지만, 이 입자가 태아로 옮겨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시커먼 대기오염 입자가 임신부의 폐를 거쳐 태반에까지 자리 잡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신생아 50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대기오염이 저체중아나 조산아가 출생할 확률을 현격히 증가시키며, 출생 이후에도 평생에 걸쳐 아이 건강에 해를 입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결과를 접한 의사들은 대기가 오염된 도시에 사는 전 세계 여성 수백만명이 처한 현실은 가히 ‘공중 보건 재앙’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과학자들은 대기오염이 인간의 뇌에도 문제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달에는 대기오염이 지능을 큰 폭으로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며, 인간의 뇌에서 공기 오염에 의한 독성 나노입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미야시타 박사는 "산모가 들이마시는 오염된 공기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대해 걱정스러운 문제"라면서 "임신부는 오염된 공기를 최대한 피해야 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임신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대기오염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