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인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이기호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문학동네)는 7편의 단편으로 오늘의 한국 사회를 풍자한다. 나름 친절하다고 자부하는 소시민들도 본의 아니게 애꿎은 사람에게 화를 내게 되는 세태를 그린다. 작가가 실명(實名)으로 등장해 자신의 은밀한 위선을 조롱한다. ㅡ편집자
[심사위원 評]
강민호, 최미진, 나정만, 권순찬, 박창수, 김숙희, 한정희, 그리고 언제나 소설이 잘 써지지 않아 전전긍긍인 지방대학 교수 겸 작가 이기호. 어느 소읍의 변두리 교회나 돼지 갈비집이나 썰렁한 호프집, 혹은 백화점 앞 화단 근처에서 만날 법한 이 인물들이 자신의 이름을 작품 제목 속에 휘날리며 등장하여 낮은 목소리로 진술하는 이 소설은 엄청 재미있고 친근하고 우습고 슬프고 감동적이어서 마침내 그 밑바닥에 깔린 우울한 거울로 독자 자신의 모습, 즉 삶의 저릿한 진실을 비추며 곤혹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주로 30대 혹은 40대 초·중반의 이 초라한 인물들은, 교통사고 시 보험회사 직원에게는 고작 "일용 잡급"에 "일당 일만팔천원"으로 평가받는 소설가가 수줍게 던지는 시선에 자신의 어눌한 목소리와 흐린 얼굴을 비춘다.
헤어진 애인이 남기고 간 소설책들을 어서 방을 빼야 하기 때문에 중고 사이트에 올려 처분하고자 하는, 조금 피곤하고 조금 무료한 인상의 인물 '제임스 셔터내려'와 처분 대상이 된 소설책의 작가 이기호의 희극적이고도 모욕적인 직거래 만남, 의상디자인과 출신의 크레인 기사 나정만의 진술을 소설 소재용으로 휴대폰에 녹취하려다가 소설가와 진술자가 옥신각신 끝에 다다르는 상호적 연민,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방구석에 머리카락과 함께 둥글게 부풀어 오른, 먼지 뭉치" 같은 이상한 남자 권순찬은 변두리 아파트 정문 건너 도로변에 비닐을 깔고 앉아 일인 시위를 질기게 계속하여 사채업자 아닌 엉뚱한 세입자들을 당혹하게 한다.
이기호의 소설이 흥미롭고 감동적인 것은 인간이 타자에게로 뻗치는 여러 갈래 욕망과 정념의 선들이 늘 의외의 제3자에게 가서 닿으며 만들어 내는 삶의 넓이와 두께, 또 거기서 분비되는 진실의 기미나 체취를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배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ㅡ김화영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실패의 감정, 그 '찌질한' 행동들에 대한 기록
이 소설책에는 '최미진'과 '나정만', '권순찬'과 '박창수', '강민호'와 '한정희', 그리고 '이기호'가 등장합니다. 소설 속 '이기호'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또 이해했다고 생각하나, 매번 실패를 경험하고 맙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릅니다.
'이기호'는 '최미진'과 '나정만'을 만날 때도, '권순찬'과 '박창수'를 바라볼 때도, '강민호'와 '한정희'를 생각할 때도, 매번 '이기호'의 틀 안에서, '이기호'의 프레임 속에서만 이해했을 뿐이니까요. 그들을 자신의 조각으로만 대했을 뿐입니다. 사실 '이기호'는 그들을 환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을 환대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더 환대한 사람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그 실패의 감정과 그 '찌질한' 행동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동시에 한 작가가 처한 한계와 모순에 대한 쑥스러운 수기이기도 합니다. ㅡ이기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