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87)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며 5월 단체 등에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4부(재판장 신신호)는 13일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씨 등은 5월 단체 4곳에 각각 1500만원, 조 신부에게는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또 회고록 중 일부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인쇄·발행·배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평가를 반대하고, 당시 계엄군 당사자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진술한 조서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기초해 5·18의 발생 경위와 진행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또 "전씨 주장처럼 5·18에 대한 평가는 현재진행형일 수 있고 누구나 다양한 견해를 피력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증을 거친 객관적 자료에 기초한 것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역사의 왜곡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5·18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5·18 과정에서 무력적인 과잉 진압을 한 당사자들의 진술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증거는 (책에서 찾아)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번 민사재판 외에도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전씨는 지난달 27일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다음 재판은 10월 1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