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인터넷 댓글 작업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63) 전 경찰청장이 12일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조 전 청장은 지난 5일에도 경찰청에 출석해 14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일주일 만에 다시 경찰에 출석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오후 9시 55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조 전 청장은 "공문을 통해 전국 경찰에게 지시했고, 공식 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이라며 "허위사실이나 왜곡된 사실로 경찰을 비난하면 적극 대응하라는 지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의도와 다르게 운영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경찰이 정치적 성향을 띠고 특정 정당을 찬성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는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청장은 2010∼2012년 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 보안국·정보국 등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경찰청 보안국이 차명 아이디(ID)나 해외 인터넷 주소(IP)로 신분을 세탁한 뒤, 각종 현안과 관련해서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 4만여 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청장은 또 "보안국 댓글은 저와 상관이 없다"며 "그런 지시를 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불순한 의도로 댓글공작을 했다면 훨씬 많은 댓글을 올릴 수 있다"며 "한 명이 올리는 글보다 훨씬 적은 글을 올렸는데 여론조작이라고 한다. 받아들일 수 없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농성 대응 과정에서도 노동조합 비난 여론을 조성하고자 경기청 소속 경찰관들로 구성된 '인터넷 대응팀'을 꾸려 유사한 작업을 실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쌍용차 공장 진압 때 당시 경찰청장에게 보고를 안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청와대에 제가 이야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청장 지시를 받고 들어간 것"이라며 "(경찰청장이) ‘나도 모르게 들어갔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이날 조 전 청장을 상대로 벌인 보강조사를 검토한 뒤 추후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