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대비하되,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11일 보건 전문가와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은 본지 인터뷰에서 메르스 확진자 1명이 발생한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서 "초기 대응이 비교적 잘됐기에 대규모 확산을 피할 수 있었다"면서 "지역사회·대중교통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은 낮으니,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궁금증을 전문가와 문답 방식으로 정리했다.
―메르스 초기 대응은 어땠나?
전병률 전 질병관리본부장: "2014년 미국 사례와 비교하면, 당시 미국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사람 2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의료 기관에서 다른 환자와 뒤섞이거나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추적 관리할 수 있어 추가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우리 대응도 비슷했다. 정부가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국제 기준에 맞게 대응이 잘 이뤄지고 있으니 국민들이 막연히 불안해하시지 않아도 된다."
―밀접 접촉자들 외에도, 당시 공항을 오가며 메르스 확진자와 마주친 사람이 여럿 있다.
로렌 오코너 WHO 홍보관: "메르스는 그렇게 쉽게 감염되는 병이 아니다. 대부분의 메르스 감염은 병원에서 이뤄진다. 메르스 확진자가 증상이 악화돼 기침을 심하게 할 때, 의료진이 보호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진료하다가 환자의 침방울에 담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식이다. 그 정도로 가깝게 접촉하지 않는 한,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은 낮다."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가 탔던 택시에 2시간 이내에 탔던 사람 2명을 찾아 지켜봤는데 증상이 없었다. 그래도 국민들은 '확진자가 탔던 택시·비행기에 나도 타게 될까 겁난다'는 사람이 많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교수: "메르스는 주로 침방울로 번진다. 일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약하다. 메르스가 홍역·결핵처럼 공기 감염 질병이었다면, 이미 환자 숫자가 지금보다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다. 물론 조심하긴 해야 한다. 확진자의 침이 튄 곳에 바이러스가 2~3일까지 살아 있었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이번 확진자는 입국부터 삼성서울병원 도착까지 호흡기 증상이 별로 없었다고 알려졌다. 그가 탄 비행기·택시에 침이 튀는 상황이 없었다고 보이는데, 그렇다면 누군가 거기 탔다고 감염 위험이 커진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병원이 제일 위험하단 얘긴데, 다른 병으로 몸이 아프면 이 시기엔 병원 가기를 미뤄야 하나.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 "그럴 필요 없다. 다른 병이 있는 분은, 불안감을 느끼지 말고 필요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번에 잘 대응한 삼성서울병원처럼 다른 병원들도 환자를 선별해서 진료하기 위한 시설을 갖췄고, 병원 내 감염 예방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만에 하나'에 대비해, 병원 방문 전후에 손을 잘 씻는 등 개인위생 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는 있다."
―2015년 대유행 당시 일부 '수퍼 전파자'가 많은 감염을 일으켰다. 이번엔 그런 위험이 없을까.
이재갑 교수: "수퍼 전파자란 말 자체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마치 바이러스를 많이 퍼뜨리는 특정 체질이 따로 있었던 게 아니라, (대응이 제대로 안 돼 바이러스가 확 퍼진) '수퍼 전파 상황'이 있었다고 보는 게 맞는다. 환자 상태가 악화돼 기침을 많이 할 때, 마침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 경우가 '수퍼 전파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2015년이 그랬다."
―중동을 통해 메르스 확진자가 추가 유입될까 봐 걱정되는데.
전병률 전 본부장: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환자를 빼고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116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생겼다. 이 중 114명이 사우디아라비아 한곳에 집중돼 있다. 그들도 주로 의료 기관에서 감염됐지, 지역사회에선 많이 번지지 않았다. 중동 지역을 오가는 불특정 다수를 막연히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