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관계자가 11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정부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정부는 11일 국회에 제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 관련 비용을 총 4712억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18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된 비용은 1726억원이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추가로 편성된 비용은 2986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6시께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을 채택한 지 138일 만이다.

정부는 비준동의안과 함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비용추계서도 제출했다. 정부는 내년 남북협력기금으로 1조977억원을 편성했다.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된 비용은 총 4712억원이다. 이 중 올해 예산에 준해 편성된 비용은 1726억원이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추가로 편성된 비용이 2986억원이다.

통일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2019년도 사업추진에 필요한 재정소요만 산정했다"며 "연도별 세부적인 재원소요는 북한 현지 조사, 분야별 남북간 회담·실무접촉 등을 통해 사업규모, 사업기간 등이 확정된 이후에 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무상 767억원, 융자 1007억원이 추가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산림협력에 837억원, 사회문화체육교류에 76억원, 이산가족 상봉에 216억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에 83억원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철도·도로 북측구간 개보수 비용은 차관형식으로 지원하고, 산림협력 비용은 한반도 생태계 복원 등의 의미가 있어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비용추계서에 "향후 철도‧도로 북측구간 개보수 공사가 착공돼 사업비를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철도·도로 현대화를 완료하는 데만 최소 수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판문점선언 비준을 위한 비용추계서에 내년 예상비용만 담은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판문점 선언 비용추계서는 그간 정부·민간기관이 추산한 금액과 괴리가 크다. 통일부는 2008년 국회에 제출한 ‘2007년 10·4 선언 합의사항 소요재원 추계’ 자료에서 개성-신의주 철도·도로 개보수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지원에 8조6700억원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국철도공사는 2012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남북 경의선 철도 사업에 7조8757억원, 동해선 사업에 14조7765억원이 든다는 밝혔고 금융위원회도 2014년 ‘통일금융 보고서’에서 남북 철도 사업에 85조300억원, 도로 사업에 41조1400억원 등 총 153조1200억원이 소요된다고 전망했다.

민간에서도 2018년 미래에셋대우가 112조원, 씨티그룹이 70조8000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연구 결과를 각각 내놓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현재는 대북 제재 때문에 소규모로 비용을 추계해 변죽을 울린 다음 시간이 흐르면 본격적으로 대북 지원을 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단돈 1달러도 북한에 줘선 안되는데 4712억원도 기겁할 것이다. 상당히 심각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지금은 적은 액수같지만 앞으로 판문점선언 이행을 계속 하면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비용추계서를 내년 예산만 담은 것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거부감 있을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남북 합의서는 체결된 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비준해 발효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사항과 관련된 남북 합의서는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발효하게 돼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선언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촉구했으나,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정례회동에서 정상회담 이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에 극구 반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비준동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 전 처리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