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전부터 서울 상도유치원 건물에 대해 붕괴 우려를 전달했으나,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문가 증언이 나왔다. 결국 상도유치원 건물은 지난 6일 유치원을 받치고 있던 옹벽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붕괴 위기’에 빠졌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7일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앞에서 “5개월 전부터 붕괴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말하고 있다.

상도 유치원 주변에서는 다세대 주택 6개동 49가구를 재건축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특히 지난 6월부터는 건물을 짓기 전 땅을 다지는 흙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상도유치원 앞에서 기자와 만나 "다세대주택 공사 전 지질조사가 꼼꼼하게 되지 않았다"며 "지난 3월 ‘지반(地盤)이 위험해 붕괴 가능성이 있으니 철저한 검사와 시공이 필요하다’는 자문 의견서를 냈지만, 보강이 전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3월 31일 현재 기울어진 상도유치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자문의견서를 상도유치원에 전달했고, 유치원 측은 교육청, 구청, 시공사 등에 "안전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동작구청 측은 "당시 이 교수의 자문의견서를 바탕으로 설계를 수정하도록 시공사에게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상도유치원은 또 지난 5월 "다세대주택 공사 여파로 유치원 건물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됐다"며 구조안전진단업체에 안전진단을 의뢰하기도 했다. 3차례에 걸친 검사 끝에 구조 안전진단 업체는 지난달 균열 등 ‘약간의 이상징후’가 확인됐다는 결론을 냈다. 이 내용을 전달 받은 다세대주택 시공사는 그나마도 묵살했다.

이 교수는 "안전과 관련한 법은 있지만, 현장에서 전혀 관리감독이 되지 않고 있고, 업자들의 이익만을 위해 공사가 진행될 뿐, 안전에 대해서는 현장 감독조차 모르고 있다"며 "대도시 건물들 균열 안간 게 거의 없을 만큼 위험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이 위태롭게 서 있다.

이 교수는 이번 붕괴 사고의 근본 원인을 ‘지질 특성을 무시한 공사’에 있다고 봤다. 무너진 상도유치원은 옹벽으로 세운 흙 위에 2014년 지은 건물이다. 이 옹벽 아래에 다세대주택을 지으며 옹벽 하부를 굴착하자 안전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이 교수는 "상도유치원 부근은 철저한 지질조사 없이 설계·시공을 할 경우 붕괴 위험성이 높은 지반"이라며 "하부 굴착사면의 설계를 신중하게 재검토할 것을 지적했지만,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또 옹벽 하부의 지반이 ‘편마암’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편마암은 화강암보다 강도가 약해, 편마암 지대 위에 건축물을 올릴 때는 신중한 설계·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공사가 지질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10m 깊이로 3개 구멍을 팠는데, 공사 현장의 복잡한 지질 상태를 가진 장소를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횟수"라며 "최대한 많은 구멍을 파 공사 지역의 지질을 3차원으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근 가산동 지반침하 사고와 상도유치원 붕괴 등 반복되는 건축사고의 원인으로 ‘시스템 부재’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건축비가 100억원이라면 부대공사에 90억원이 쓰이고 정작 중요한 기초공사에는 10억원만 쓰이는 구조"라며 "보강에 투자를 안 하니, 세계적인 토목기술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근대적 사태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