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할랜드 샌더스(Harland David Sanders)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 KFC(켄터키 프라이드치킨)를 설립한 것은 환갑을 넘긴 62세 때였다. 당시 그는 진행하던 여러 사업이 모두 망하고 소액의 국가연금, 낡은 포드자동차, 흰색 여름 양복 한 벌에 의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던 1980년 KFC는 48개국에 6000여개 매장, 연간 20억달러 매출의 대규모 프랜차이즈로 성장해 있었다. 그의 경영은 '단 하나'의 핵심 조리법을 만들어낸 중긍경(中肯綮)으로 압축된다.

'장자(莊子)' 양생주편(養生主篇)에 나오는 이 말은 요리의 명인 포정(庖丁)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해 소를 잡을 때 뼈와 살이 다치지 않도록 긍경(肯綮)을 잘 찾아 살을 잘 발라냈다는 데서 연유한다. 긍(肯)은 뼈에 붙은 살이고, 경(綮)은 힘줄과 뼈가 한데 엉킨 곳을 말하니, 중긍경(中肯綮)은 '긍경을 맞히는 것, 일의 급소를 찌르는 것, 요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을 말한다.

탁월한 성과는 초점을 얼마나 잘 좁히느냐에 달려 있고, 성공을 위해서는 일의 핵심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 경영에서도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핵심이 되는 제품을 잘 만들어 내야 한다.

샌더스는 백후추를 중심으로 11가지 허브 양념과 압력솥을 이용해 닭고기 튀김 맛을 살려내는 조리법 하나를 갖고 KFC를 창업했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떠돌며 1008번의 거절을 당했지만 1952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피트 하먼이 샌더스의 조리법을 구매해 최초의 프랜차이즈 치킨을 생산한 이래 그 조리법으로 만든 오리지널 치킨이 지금까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11가지 비밀 양념'으로 불리며 신비를 더한 레시피는 켄터키주 루이빌의 금고 속에 보관돼 있다가 최근 공개되었다.

위기가 연속되는 시기이다.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것보다 중긍경의 핵심 역량과 확실한 단 하나의 제품을 찾는 데 진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