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의 뜨거운 감자인 'KTX 세종역 신설'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역 신설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 세종역 신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이번 당대표 경선 때도 신설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세종역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앞서 이춘희 세종시장도 지난달 29일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런 발언 배경에 양 지사와 이 시장, 이 대표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세종역 논란은 세종시가 지난 2014년 2월 발표한 '2030 도시 기본 계획'에 '세종역 신설'을 포함시키면서 촉발됐다. 세종역 후보지인 세종시 발산리 지역은 세종시 핵심 시설인 정부 세종청사에서 약 7㎞ 떨어져 있다. KTX 정차역인 오송역(충북)과 공주역(충남)에선 각각 20㎞ 정도 거리에 있다. 그러다 보니 "세종역이 생기면 고속철이 완행철이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도 "운영 효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해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작년 5월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해 사전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59로 나왔다. B/C 수치가 1보다 낮으면 투자한 비용만큼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토부에서 용역 결과를 발표한 후 신설 주장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세종역 신설 주장이 다시 불거지면서 충청권 지자체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세종시는 즉각 환영의 뜻을 표한 반면 '오송역 사수'를 외쳐온 충북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두영 '세종역 백지화를 위한 충북 범도민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은 5일 "세종역 신설 문제는 이미 타당성이 없는 사업으로 밝혀졌다"며 "또다시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해 인기몰이를 해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이를 일방 추진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충남은 그간 공주역 위축을 우려해 반대해 왔다. 그러나 내포 혁신도시 지정을 두고 여당의 지지가 필요한 양 지사가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세종역과 관련해 추진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양 지사 측도 "양 지사의 발언은 충청권 공조가 깨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한 것"이라며 "바로 뭘 하겠다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의 '역할론'에 대한 얘기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충분히 당 차원에서 논의할 만한 국가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세종역 신설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용역 조사를 통해 경제성이 낮다고 결론난 사안"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