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에 주재하던 미국 외교관들이 집단적으로 겪었던 원인 모를 이명(耳鳴)과 두통 증세의 원인은 극초단파(microwave) 음향 무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작년 9월 쿠바 아바나의 미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은 "벌레가 고음으로 울거나 금속 표면이 긁히는 것 같은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진단 결과 이들은 두통과 귀 통증 외에도 가벼운 뇌 손상이 발견됐다. 미국은 대사관 직원 24명을 쿠바에서 철수시키고 질병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NYT는 뇌손상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쿠바 괴질(怪疾)의 원인은 극초단파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소리를 들을 때는 몇 가지 과정을 거친다. 음파가 귀로 들어오면 고막이 진동하면서 달팽이관으로 전달하고, 달팽이관이 이를 일종의 전기 신호로 변환시켜 뇌의 측두엽에 전달하는 수순이다. 그런데 극초단파는 귀를 통하지 않고 바로 측두엽에 전달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뇌는 이것을 일종의 소리로 인식한다. 미국인 외교관들이 겪었던 벌레 우는 소리나 금속 긁는 소리는 실제 소리가 아니라 극초단파였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미국 외교관들이 겪었던 '소리 공격'의 주범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사람의 가청권(可聽圈)인 16~2만Hz(헤르츠) 밖에서 작동하는 초저주파 및 초음파 무기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초저주파를 광선처럼 쏘는 총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이고, 2만Hz보다 높은 주파수대의 초음파 빔을 쏘아도 벽을 통과할 수 없고 튕겨나간다는 허점이 있다.

극초단파는 이런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철제나 콘크리트의 밀도가 주파수보다 더 촘촘하지 않은 한 이를 통과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벽을 구성하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극초단파가 투과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지는 않기 때문에 극초단파는 철제와 콘크리트 사이를 투과한다.

미국 외교관들을 공격한 실체가 극초단파였다 하더라도 누가 이를 사용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NYT는 쿠바의 오랜 외교적 동지였던 러시아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2012년 정치·군사적 목적을 위해 '심리적 무기(psychological weapon)'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