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월 말로 예정된 유엔(UN) 총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미·북 간의 교착 국면을 깨기 위해 9월 중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 비핵화 협상 성과물을 갖고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종전 선언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29일(현지 시각)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유엔 총회에서 남·북·미·중 4자 종전 선언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한국의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대해 '경고'와 '대화'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관계가 매우 좋고 따뜻하며, 이 시점에 한·미 공동 워게임에 큰돈을 쓸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라면서도 "그러기로 선택만 하면 한국, 일본과 공동 훈련을 즉각(instantly) 시작할 수 있고, 그 훈련들은 예전 어느 때보다도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결정한 것은 미·북 간의 중재자 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뚜렷한 진전이 없으면 문 대통령이 불참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됐었다.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선후(先後) 관계를 두고 미·북 갈등이 재발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중재력이 중요해졌지만, 북한이 중재에 협조해 주지 않으면 빈손으로 유엔 총회에 갈 명분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9일(현지 시각)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척이 없을 경우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결정한 데는 연내(年內) 종전 선언과 각종 교류·협력 등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내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사시켜 보겠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남북 정상회담(9월 중순)→한·미 정상회담(9월 말)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촉진하는 한편, 그 성과를 토대로 미국에는 종전 선언 마무리를 설득해 보겠다는 것이다. 유엔 총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할 확률이 높은 만큼, 추진 과정이 순조로우면 남·북·미·중 4자가 모이는 것도 아주 불가능하지 않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한편 문정인 특보를 인터뷰한 애틀랜틱은 "종전 선언에 대한 희망이 (6월) 미·북 정상회담과 7월 정전 협정 65주년에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9월 말 유엔 총회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잡지와 인터뷰에서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유엔에 모여 한국전쟁을 끝내는 선언을 채택한다면 아주 멋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특보는 미국의 '선(先) 비핵화' 요구에 '선(先) 종전 선언'으로 맞서는 북한의 입장에 대해 "북한은 '우리는 (미국과) 새로운 관계에 동의했고 한국전쟁을 끝내는 선언은 새로운 관계의 가장 중요한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이 먼저 핵 신고서, 자유 사찰 수용, 핵무기 일부 반출 등을 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와 관련해서 문 특보는 "김정은이 그런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북한 군부에 대한 체면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