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예산심사 앞두고 개각, 국회에 대한 예의 아니다"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하는 등 장・차관급 인사 9명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문 대통령의 임기 4분의 1을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내각에 기용해 ‘적폐청산’ 피로감과 ‘고용쇼크’, ‘분배쇼크’ 등 경제실정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켜 집권 2기를 열어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인사 발표 후 기자들과 문답에서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심기일전’과 ‘체감’"이라며 "문재인정부 2기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해보자는 의미로 ‘심기일전’이고, 문재인정부 1기가 뿌린 개혁의 씨앗을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의미로 ‘체감'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6월 3주차 기준 75%대를 보이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8월 4주차 기준 56%까지 떨어졌다.

다만 ‘고용쇼크’, ‘분배쇼크'라고도 불리는 경제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경질했을 뿐 나머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집권 1기 경제팀은 대부분 유임됐다.

특히 김 대변인은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배경과 관련 "일자리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으로, 노동분야 정책 전환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주 장관은 지난 1년여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본인이 스스로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을 하시고 이 개각이 시작될 즈음에 먼저 사퇴의사를 밝힌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축사를 통해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기조로 가고 있다"고 밝히고,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는 "정부는 우리 경제정책 기조를 자신있게 흔들림없이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천명했다. 또 집권 2기 청와대 개편에서는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홍장표・반장식 조에서 윤종원・정태호 조로 교체됐지만, 장하성 정책실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 때문에 이번 개각 발표 후에도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현 경제지표 악화가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경제정책기조 수정과 경제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기국회 직전에 이뤄진 개각 시점에 대해 야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와 예산안 편성 이후 1년간 국정과 부처 운영에 대해 평가해야하는 시점에서, 해당 업무 최고 책임자들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또 새로 임명된 부처 수장들은 전임자들의 업무와 예산안을 숙지하고 이를 방어해야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실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정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사를 해야 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당 수 부처의 장관을 바꾸는 것은 입법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1년 이상 국정을 이끌어온 책임을 물을 사람을 바꾸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번 인사가 갑자기 단행된 것이 아니고, 지방선거 이후 계속 필요성이 제기돼 검토하고 있었다"며 "바뀌어야 하는 장관들이 국회에 가서 의원들을 상대로 답하고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국회에 대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하는 등 장・차관급 인사 9명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정경두 현 합동참모본부 의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는 성윤모 현 특허청장,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는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명됐다.

차관급인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방위사업청장은 왕정홍 현 감사원 사무총장, 문화재청장은 정재숙 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양향자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각각 임명됐다.

청와대는 이후 장관 1명, 차관 수 명의 추가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검증이 끝나지 않아 이번에 발표 못했는데, 1~2주 뒤 후속 장관 인사가 1자리 정도 추가로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장관이 바뀐 부처를 중심으로 차관에 대해 후속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