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하다고? 알고 보면 카멜레온 같은 호피무늬의 매력
#MeToo 시대의 전략적인 파워 드레싱으로 어필
동물 가죽 사용 줄어들면서 동물무늬 주목받아
올가을엔 센 언니가 되어볼까?
호피무늬가 돌아왔다. 호피무늬는 오랫동안 활용되어 온 패션 소재지만, 강하고 저속한 이미지로 인해 호불호가 분명했다. 관능적이고 도도해 보여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서 반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특히 호피무늬 옷을 입은 여성은 드세 보여 남자들에게 호감을 사기 어려웠다. 이런 효과로 호피무늬 옷은 ‘컴플레인용 의상’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떤 옷보다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어, 특별한 날이나 섹시해보이고 싶은 날엔 어김없이 호피무늬가 선택됐다.
◇ ‘센 언니’의 상징 호피, 뜨는 이유는?
2018 가을·겨울 패션쇼엔 다양한 호피무늬가 등장했다. 톰포드는 열대 우림의 정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강렬한 호피무늬 패션을 선보였다. 캘빈클라인은 오버사이즈 코트와 복면(발라클라바)에 호피무늬를 적용했고, 마이클코어스는 호피무늬가 전면 프린트된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델을 무대에 세웠다.
이 밖에도 캐롤리나헤레라와 돌체앤가바나, 막스마라 등 유명 브랜드들이 호피무늬를 선보였다. 호피 외에도 표범, 얼룩말, 뱀 등 각종 동물무늬가 등장했고, 서로 다른 무늬를 겹쳐 입는 미스매치(Mismatch·부조화) 착장도 돋보였다. 명품 온라인 편집숍 네타포르테는 호피무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제품의 물량을 전 시즌보다 두 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호피무늬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디자이너는 ‘#MeToo 시대의 파워 드레싱’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톰 포드는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호피무늬와 파워 수트 등을 선보였다. 그는 ‘여성의 힘(Pussy Power)’라는 문구가 들어간 가방을 비롯해 색색의 표범 무늬 의상과 레깅스로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상을 표현했다. 머리엔 검은 헤어밴드를 착용해 시위 스타일을 연출했다.
호피무늬의 현대적인 해석을 보여준 로베르토 카발리의 디자이너 폴 서리지도 호피무늬 열풍이 #MeToo 운동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동물 프린트의 사용은 오늘날 여성과 디자이너들이 여성의 권력과 위치를 반영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업계의 동물 가죽 사용 중단 흐름에 따라 가죽 대신 무늬를 사용하게 됐다 분석도 있다. 실제로 1973년 미국에선 무분별한 표범 가죽의 사용으로 표범 가죽의 수입과 판매가 금지된 이후, 표범 무늬가 유행한 적이 있다.
◇ 섹시하지만 고급스러운, 카멜레온 같은 호피무늬의 매력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호피무늬는 의미를 바꿔가며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발산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호피는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의류 소재로 활용됐으나, 20세기 들어 의류 대량생산과 합성섬유의 개발로 저렴한 호피무늬 직물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교양 없는 졸부 같은 상스러운 이미지가 씌워졌다. 특히 대중문화에서 호피 옷을 입은 여성은 야하고 천박하게 표현됐는데, 핀업 걸을 비롯해 ‘팜므파탈’, ‘트로피 와이프’ 같은 영화와 드라마가 이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호피무늬는 상류층에게도 사랑받았다.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은 1947년 패션쇼에서 모피가 아닌 호피무늬를 선보인 최초의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존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등이 그의 옷을 입었다.
호피무늬는 팝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 1970~80년대 글램 록과 펑크 패션으로 사랑받으며 하위문화를 대표하는 모티브가 됐다.
최근에는 가수 비욘세,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 등이 공개석상에서 호피무늬 옷을 입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맹수, 레오파드 프린트의 역사’를 쓴 미국 패션 전문가 조 웰든은 호피무늬가 가진 이분법적인 이미지가 호피 무늬의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호피무늬는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반항적이고 섹시한 느낌을 모두 담고 있다.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호피무늬는 결코 유행에서 무시할 수 없으며, 주류 문화에서 여전히 두드러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호피무늬 유행, 어떻게 즐겨볼까? 호피무늬 입문자라면 구두와 가방, 스카프 같은 액세서리부터 접근해 볼 것. 작은 소품 하나에도 옷차림에 활기가 도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호피 무늬에 익숙해지면 재킷이나 블라우스 등을 단조로운 색상의 옷과 함께 입어보자. 고수라면 호피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무늬 프린트를 미스매치해 최신 흐름에 뛰어들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