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한 강간 살해 미제(未濟) 사건이 수많은 남성의 자발적인 DNA 검사 덕분에 해결됐다. 1998년 8월 네덜란드 남부의 한 숲에서 열린 여름 캠프에 참여한 열한 살짜리 남자아이가 강간 살해됐다. 소년의 잠옷에선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검출됐다. 그러나 경찰의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 일치하는 DNA는 없었다.
작년 10월, 네덜란드 경찰은 '가계(家系) DNA 프로파일링'을 위해 네덜란드 남성들에게 자발적인 참여를 요청하며 대규모 DNA 수집에 나섰다. 현장에서 검출된 범인의 DNA와 이렇게 수집한 DNA 비교를 통해, 범인이 속한 특정 가계가 지닌 DNA 상의 특징들을 발견함으로써 용의자를 압축하는 기법이었다.
이 DNA 수집에 1만7500명이 자원했다. 그 결과, 두 남성의 DNA에서 한 용의자로 지목할 만한 가계적 특징이 발견됐다. 두 사람은 용의자의 가까운 친척이었다. 55세의 이 용의자는 경찰이 DNA 강제 검사 대상으로 선정한 1500명에도 포함됐지만, 작년 4월 프랑스 동부로 떠난 뒤 가족과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경찰은 그가 집에 남긴 옷에서 범인의 것과 일치하는 DNA를 확인했고, 곧 유럽 전역에 수배했다.
결국 수배자 명단에서 범인의 사진을 본 사람의 귀띔 덕분에, 스페인 경찰은 지난 26일 바르셀로나 교외의 한 시골 빈집에서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범인은 20년 전 소년의 시신이 발견된 날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경찰의 신문을 받았지만 별 의심을 받지 않고 풀려난 사람이었다.
네덜란드에선 작년 12월에도 '가계 DNA 프로파일링'을 통해 1992년 발생한 강간 살해 사건을 해결했다. 네덜란드 사법 당국은 현지 언론에 '가계 DNA 테스트' 참여를 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