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인도 기업에 3억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하며 처음으로 인도 시장에 손을 뻗었다. 버핏의 선택을 받은 자는 바로 인도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티엠(Paytm)’의 창립자인 비자이 샤르마다.

27일(현지 시각)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은 3억1400만~3억5700만달러(약 3480억~3957억원) 규모를 페이티엠의 모기업인 ‘원97 커뮤니케이션(One97)’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원97의 지분 3~4%를 소유하게 된다.

2017년 11월 비자이 샤르마 페이티엠 CEO가 한 스포츠 행사에 참가한 모습.

페이티엠과 원97의 창립자인 샤르마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인도 전자결제 업계에서 페이티엠을 설립해 가입자가 2억5000만명에 이르는 선두 기업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샤르마는 페이티엠을 설립한 지 불과 8년 만에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인도의 최연소 억만장자로 올라섰다. 그의 개인 자산은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기업 시스코(CISCO)보다는 애플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업 설립을 꿈꿔왔다"는 샤르마는 청바지와 캐주얼한 셔츠를 입는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와 닮았다.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열정적인 CEO(최고경영자) 중 한 명"이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페이티엠을 전자상거래, 인터넷 은행 분야로 확장해 나가며 아마존을 넘보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 ‘2차례 월반’ 천재소년, 월급쟁이 싫어 벤처 설립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 알리가르의 교사 부모 아래서 자란 샤르마는 겨우 14살에 고등과정을 마쳤다. 명석한 두뇌와 엄청난 독서량 덕분에 2차례 월반을 했기 때문이다. 최연소의 나이로 델리기술대학에 입학한 그는 후배들을 골탕먹이는 데 혈안인 선배들의 눈을 피해 조용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 샤르마의 대학 동기이자 후에 사업 파트너가 된 하린더 타크하르는 "그는 몸이 왜소하고 늘 자신이 없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몰두했던 일은 컴퓨터 연구실에서 인터넷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세상과 거의 단절하다시피 한 뒤 골방에서 몰두한 결과 샤르마는 1997년 뉴스, 읽을거리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포탈사이트 ‘인디아사이트닷넷(indiasite.net)’을 설립했다. 평소에 ‘월급쟁이로 살고 싶지 않다’고 말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던 그가 사업가로서 시도했던 첫 도전이었다.

대학 시절, 학점 취득과 해외 연수에 관심이 많았던 동기들과 달리 샤르마는 미국의 전설적인 벤처 기업가들을 동경했다. 과거 ‘텔레그래프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의 유명 벤처투자가 마크 안데레센이나 야후 창립자 제리 양과 같은 인물들에 의해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샤르마는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샤르마는 포탈사이트를 미국 기업에 100만달러에 매각하고 2001년 지금의 ‘원97’을 세웠다. 원97은 뉴스와 벨소리, 재밌는 읽을거리 등을 모바일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원97은 2001년 미국 9.11 테러 사건 이후 파트너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렸다. 샤르마는 컴퓨터 관련 강의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면서 회사 운영을 연명해나갔다.

2017년 12월 비자이 샤르마 페이티엠 CEO가 케냐 나이로비 유엔 사무국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 전자결제서비스 ‘페이티엠’, 알리바바 업고 승승장구…인도 최연소 억만장자 등극

인도 거액 투자가의 도움으로 원97을 회생시키는 데 성공한 샤르마는 기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모바일 마케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지켜본 샤르마는 2010년 모바일 전제결제서비스 ‘페이티엠’을 설립했다. 페이티엠은 ‘Pay Through Mobile(모바일을 통해 결제하다)’의 준말이다.

그러나 물건을 받고 대금을 지불하는 제도에 익숙한 투자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샤르마는 투자자들에게 100만달러만 우선 투자해 달라고 호소했고, 투자자들은 총 5000만루피(약 8억원)를 과감하게 투자했다. 대신 6개월 안에 시스템을 만드는 조건이 붙었다. 샤르마는 "당시 매우 빡빡한 생활을 해야 했다"며 "아침 6시에 일어나 브랜드와 기술, 서비스를 만드는 일과 휴식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운이 좋게도 페이티엠은 중국 최대 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눈에 들어 거액을 투자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은 원97의 최대주주가 됐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능성을 본 마윈 회장은 자본 투자뿐만 아니라 알리바바의 노하우도 전수했다. 샤르마는 "마윈 회장의 엄청난 에너지와 비전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며 "마 회장과의 회의가 20분으로 예정됐는데 무려 2시간 동안 대화가 이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페이티엠은 약 2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인도의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플립카트에 이은 대형 상거래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페이티엠은 전제결제서비스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과 은행업에도 진출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원97에 14억달러(1조5000억원)를 투자하고 회사 지분 2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97의 기업가치는 70억달러(약 7조7000억원)로 증가했다. 인도 전자상거래기업 중에서 플립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번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로 원97의 가치는 100억~120억달러(약 11조~13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샤르마는 지난해 인도 최연소 억만장자이자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 1567위에 올랐다. 포브스는 샤르마의 자산이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