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27일 중국 전역 카풀서비스 일시 중단... 中 언론들 디디 부실 책임론 맹공
올 하반기 상장 계획 차질 우려도 제기

중국의 차량 공유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카풀서비스를 이용한 여성고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사건 발생 하루 뒤인 25일 해당 지역의 상급 기관인 저장(浙江)성 정부는 디디추싱에 플랫폼을 즉각 보완하라고 지시하고 보완 기간중 카풀 서비스를 일시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 디디는 27일 0시부터 중국 전역의 카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올초 투자하기도한 디디추싱은 기업가치가 560억달러(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준)로 추정되는 중국 2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다. 우버를 중국에서 밀어내고 시장을 장악한 디디는 올 하반기 상장 추진설이 도는 가운데 연이은 악재로 거품론까지 제기되면 조기 상장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디디추싱 베이징 본사 입구

중국 관영 CCTV와 신화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저장성 원저우(溫州)시에 속한 현(縣)급 도시 러칭(樂淸)에서 지난 24일 오후 1시(현지 시각)께 중국판 우버 디디의 카풀서비스 순펑처(順風車)를 이용한 여성 자오(趙)모씨(20)는 한 시간 뒤 친구에게 스마트폰으로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24일 오후 5시 35분께 "딸이 순펑처를 이용한 뒤 실종됐다"는 제보를 받은 현지 공안당국은 25일 새벽 4시 용의자 종(鍾)모씨(27)를 체포하고 강간 뒤 살해했다는 사실을 자백받았다. 피해자가 발견됐을 때 왼손 전체에 상처가 있었고, 손바닥과 손톱에 모두 혈흔이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카풀서비스를 이용한 21세의 항공사 여승무원 살인 사건이 발생한 데 이은 것이다. 디디의 카풀서비스를 이용해 변을 당한 사례는 2016년 중국 남부에서 24세 여성이 살해당한 것을 포함해 3건으로 늘었다. 이번엔 대낮에 범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디디추싱은 지난 5월 사건 발생 뒤 사과문을 내면서 도시간 카풀서비스를 한달간 일시 중단하고, 차량 등록 운전기사 불일치 등 안전보장 문제를 재검검해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시 살해 사건이 발생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디디의 늑장 대응 등 사건 발생 뒤 행보도 도마위에 올랐다. 사건 발생 하루전인 23일 용의자 차량의 카풀서비스를 이용한 또 다른 여성 린(林)모씨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용의자가 차를 몰자 차량에서 탈출 한 뒤 즉각 디디에 신고를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디디가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해당 용의자는 다음 날에도 카풀서비스로 고객을 태웠고, 결국 자오모씨가 변을 당하게 됐다. 린모씨는 그때 공안에 직접 신고했으면 자오모씨가 변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자책했다고 중국언론들은 전했다.

또 사고 발생 당일 피해자로부터 구조 메시지를 받은 친구는 당일 오후 16시 42분까지 7차례 디디에 전화를 걸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들어야했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디디추싱의 카풀서비스를 이용한 여성 고객의 살해사건이 발생하자 또 디디냐, 또 카풀서비스냐며 디디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CCTV는 차량호출이 생활에 매우 큰 편리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해결했지만 생명과 비교하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생명의 이름으로 묻는다며 관리 책임 감독은 모두 어디로 갔냐고 질타했다.

중국 경제 매체인 화얼제젠원은 디디가 5000억위안의 기업가치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묻고, 디디의 상장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디디는 중국 유니콘 가운데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기업인 앤트파이낸셜에 이어 기업가치가 두번째로 크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번 비극은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며 플랫폼이 피할 수 없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은 자사의 카풀서비스 이용 여성고객이 대낮에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사과성명과 함께 27일부터 카풀서비스를 중국 전역에서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디디는 책임론이 쏟아지자 25일 사과성명에 이어 26일에도 성명을 내고 27일부터 카풀서비스 중단과 함께 해당 사업부 총경리와 고객서비스 담당 부총재를 면직시키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디디는 "카풀서비스 개시 이후 약 3년간 10억회가 넘는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부득불 서비스를 중단하게 돼 죄송하다"며 "우리의 문제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끼쳐드리게됐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하루 전 린모씨의 제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디디추싱은 지난 3월 기준 2100만 명의 운전기사가 있으며 4억 5000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디디는 운전기사에게 고객정보를 제공하고 정보이용료로 건당 요금의 20%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정저우 사건 때 개인정보를 노출시켜 범죄의 표적이 되게 했다는 비난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