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양궁 리커브 남자대표팀이 4년 전 인천에서 당한 중국전 패배를 설욕했다.
오진혁(37·현대제철), 김우진(26·청주시청),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대표팀이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리커브 남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중국에 세트 스코어 5-3(53-54 57-54 55-55 57-52)으로 승리했다.
1982 뉴델리대회부터 2010 광저우대회까지 단체전 금맥을 이었지만 안방에서 열린 2014 인천대회 준결승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맏형 오진혁은 "생각보다 부담을 가지고 한 것 같다. 대회를 치르면서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너무 잘 하려다보니까 약간 부담이 있었다"며 "아까 스마트폰을 봤는데 여러 많은 분들께서 질타해주셨다. 감사하다. 그 덕분에 정신 차릴 수 있었다"고 했다.중국전 설욕에 대해선 "혼자 생각을 하긴 했지만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약간 조바심이 생길 것 같았다. 다행이 동생들이 나를 잘 챙겨서 마무리가 잘 됐다"며 "중국은 꼭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3세트에서 변수가 있었다. 세트 스코어 2-2에서 승리해 4-2로 달아나는 줄 알았지만 확인 절차에서 3세트가 55-55 동점으로 인정됐다. 세트 스코어가 4-2에서 3-3 동점으로 바뀐 것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위기였다.
그러나 오진혁은 "우리는 동점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세트를 준비하자고 했다. 이미 (동점을 예상하고) 얘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우진은 "아직 결승을 간 게 아니고 끝이 아니다. 더 이룰 게 있다"며 "끝나면 제대로 소감을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막내 이우석도 "결승에 올라간 것뿐이다. 뒤에 버티는 형들이 있어서 믿고 갈 수 있었다"며 "믿음이 더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우석은 전날 장혜진(LH)과 함께 혼성전에 출전했지만 아쉽게 8강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선 "(장)혜진이 누나에게 미안하다. 첫 번째 스타트가 중요한데 내가 실수하면서 혜진 누나에게 부담이 간 것 같다.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체전에서는 혼성전 생각을 안 했다. 이미 지나간 경기이기 때문이다"며 "뒤에 형들 있으니까 나는 내가 지킬 것만 지키면 된다. 형들이 뒷받침 해 줄거라는 믿음이 있다. 단체전은 든든해서 좋았다"고 했다.
맏형 오진혁과 막내 이우석의 나이 차이는 무려 16살이다. 삼촌뻘이다.
그러나 이우석은 "(오)진혁이 형이 먼저 다가와 줘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 형들과 셋이서 방을 같이 쓰는데 함께 웃으면서 경기 분석도 하고 게임도 함께 한다"고 했다.
김우진과 이우석은 개인전 결승에서도 맞붙는다. 27일 단체전 결승, 28일 개인전 결승이 열린다.
이우석은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김우진은 2010 광저우대회 이후 8년 만에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이우석에게 결승전이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전 결승 상대이자 선배인 김우진은 냉정(?)했다.
"그건 우석이 일이다. 나는 내 일을 해야 한다. 내가 남의 일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우석이가 잘 하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이우석을 보고 활짝 웃었다. 장난기가 섞였다. 이우석도 웃음을 참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김우진은 마지막으로 "아시안게임, 병역과 관련해 여러 얘기들이 많지만 우리는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갈 뿐"이라고 했다. 양궁은 병역혜택을 위한 선수 선발 논란으로 시끄러운 일부 단체종목과 다르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