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태풍' 솔릭 더 위험하다
느린 속도…더 오래 고통 줄 듯
한반도 오른쪽으로 끼고 북상
24일 새벽 서울 강타할 듯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형태, 느릿느릿한 움직임. ‘솔릭(SOULIK)’은 안 좋은 의미로 특이한 태풍이다. 솔릭의 이 같은 특질은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솔릭은 가운데가 뻥 뚫린 형태의 ‘도넛 태풍’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도넛 태풍은 육지에 상륙해도 위력이 줄어들지 않아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주에서 촬영한 솔릭의 위성사진을 보면, 가운데가 움푹 팬 '태풍의 눈'이 선명하다. 태풍 덩치에 비해 눈이 유난히 큰 구조다. 보통의 태풍은 나선형으로 뻗은 구름을 몰고 다닌다. 하지만 19호 태풍 솔릭은 구름이 태풍의 눈을 감싸는 원통형 구조다. 이런 태풍을 가리켜 ‘도넛 태풍’이라고도 부른다. 가운데가 뻥 뚫린 모습이 도넛과 닮은 까닭이다.

‘도넛 태풍’은 발생 확률이 2∼3% 정도로 희귀하다. 위력은 여타 태풍보다 막강하다. 육지에 상륙하면 태풍의 세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도넛 태풍은 이 상식을 뛰어 넘는다. ‘도넛형’은 태풍의 에너지원(源)인 수증기를 공급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잃지 않는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은 분수처럼 상승기류를 통해서 물을 뿜어냈는데, 도넛 태풍은 하강기류를 통해서 물을 온전히 회수한다"면서 "수증기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지 않아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로, 한마디로 도넛 태풍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사벨'도 도넛 형태였다. 이사벨로 인해 사망자 51명, 이재민 25만 명이 발생했다.

보통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이 시속 30~40km로 빠르게 빠져나간다. 반면 솔릭은 시속 20km대로 속도가 느리다. 10시간 넘게 내륙에 머물면서 ‘고통’을 준다는 의미다. 이날 오후엔 솔릭의 속도가 한때 사람이 걷는 수준인 시속 4km까지 느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은 강우, 강풍, 진행방향 모두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솔릭은 한반도를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북상하고 있다. 태풍은 오른쪽이 위험반원이기 때문에 그 만큼 피해 지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23일 제주도를 강타한 태풍 솔릭으로 인해 제주도 연동의 50년된 가로수가 쓰러졌다.

현재 태풍 영향 반경 내에서 가장 바람이 센 곳의 풍속은 초속 39m(시속 140㎞)에 달한다. 이는 주행 중인 트럭이 전복될 수 있고 바다가 물거품과 물보라로 가득 차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수준이다.

솔릭은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태풍명(名)으로 '전설 속 족장'이라는 뜻이다.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것은 2012년 9월 태풍 '산바' 이후 6년 만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몰고 오는 많은 비로 산사태와 축대 붕괴, 토사 유출, 침수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