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의 황제' 박주봉(54)은 2004년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배드민턴 '변방'이었던 일본의 사령탑을 맡자 많은 이가 의아해했고, 일부는 '친일파'라고 비난했다. 그로부터 14년. 박주봉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제 일본 배드민턴이 아시아 정상권임을 증명했다.
일본은 22일 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GBK 이스토라)에서 중국을 3대1로 누르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1경기를 내줬지만 2·3경기를 이긴 데 이어, 4경기 복식에서 2016 리우 올림픽 챔피언인 마쓰토모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 조가 승리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1970년 태국 방콕 대회 이후 48년 만의 일본 여자 단체전 우승이자, 최근 5회 연속 우승국인 중국을 꺾은 쾌거였다. 일본 남자 대표팀도 이번 대회에서 48년 만에 단체전 동메달을 수확했다.
박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최강국인 중국을 이겨야 진짜 세계 챔피언'이라고 말했는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기쁘다"고 했다. 경기 후 일본 취재진 수십 명이 박 감독에게 몰렸고 그는 유창한 일본어로 답했다.
일본 배드민턴은 박 감독의 합류와 함께 180도 탈바꿈했다. 실업팀 중심의 배드민턴계 반대를 무릅쓰고 1년 중 250여 일을 대표팀 합숙 훈련, 대회 참가에 할애했다. 이전까지 각자 소속팀에서 뛰다가 대회 출전을 위해 공항에서 처음 모였던 선수들은 합숙 생활로 찰떡궁합이 됐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파른 산을 오르내리는 산악 훈련을 소화했다.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달 초 세계선수권에선 메달 6개(금2, 은2, 동2)를 수확해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박 감독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일본 대표팀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