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요즘 '구찌소년단'으로 불린다. 특히 멤버 뷔(23)는 공식석상뿐 아니라 사복으로도 구찌를 즐겨 입어 '구찌 보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고가의 브랜드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 팬들은 "명품도 찰떡같이 어울린다"며 열광한다.

이들의 숙소 변천사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단칸방 시절부터 80억원대의 초호화 아파트로 옮기기까지 과정을 다룬 유튜브 영상들은 조회 수 30만~40만회를 기록했다. 영상에는 "그 정도 성공했으면 대접받아야지" "글로벌 아티스트인데 좋은 숙소에서 편하게 지내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리치(Young and Rich)'. 부자인 데다 어리기까지 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TV 속에선 성공한 젊은 연예인들이 거리낌 없이 재력을 뽐낸다. 부를 과시하는 연예인에게 눈살을 찌푸리던 옛날과 사뭇 달라졌다.

빅뱅 멤버 승리가 1박에 200만원이 넘는 발리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 아래는 새로 산 고급 외제차에 올라타 인증 샷을 남긴 래퍼 도끼.

빅뱅 멤버 승리(28)는 '위대한 개츠비'에 빗대 '승츠비'라 불린다. 일본라멘집 가맹점을 운영하는 승리는 방송에서 "매장이 45개, 한 매장에서 월 매출이 2억원씩 나온다"고 밝혔다. 요즘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마다 시청률이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승츠비의 하루'를 방송한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는 최고 시청률 20.9%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성공한 사업가로 일본어·영어·중국어 등 4개 국어를 하며 해외 매장을 관리하고, 쉴 때는 고급 리조트에서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방송되자 브랜드 평판 지수도 함께 올라갔다.

자동차 수집가로 유명한 래퍼 도끼(28)는 평생 벌어 하나 사기도 어려운 고급 외제차를 수시로 갈아치운다. 지난달에도 새로 산 람보르기니 시승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영상에서 그는 "세트로 사는 걸 좋아한다"면서 "롤스로이스도 시리즈로 사고, 벤츠도 두 대를 같이 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이들은 '금수저'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일궈낸 성공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승리는 다른 빅뱅 멤버들이 군대 가기 전까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스스로도 "잘난 멤버들을 이길 수 없어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도끼는 과거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부모님 사업이 망해서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았다"고 했다.

연예인이 아니면 신분 상승이 어렵다고 느끼는 젊은 세대의 씁쓸한 카타르시스이기도 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천에서 난 용'을 찾기 어려워진 시대에 자수성가한 이들을 보며 실낱같은 희망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삶이 팍팍할수록 오히려 정반대의 세계로 도피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부(富)의 과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성공한 스타를 선망하면서도 자신의 현실과 비교하며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