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겐(형량 감경 협상)’을 선택했다. 이 가운데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성추문 여성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여성들에게 입막음 돈을 건넸다고 처음으로 시인하는 것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성추문 여성들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2018년 8월 21일 마이클 코언이 뉴욕 연방법원에 출석해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면받는 플리바겐을 선택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에게 성추문 여성들에게 입막음 돈을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사진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는 코언의 모습(가운데).

21일(현지 시각) 뉴욕 연방법원에 출석한 코언은 법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성추문이 있었던 여성들에게 돈을 지불한 것은 "당시 대통령 후보의 지시 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대통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미한다. 이어 그는 "나는 이번 일에 가담했으며, 2016년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코언의 이 같은 폭로는 이날 법정에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겐’을 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이후 나왔다. 그는 400만달러(약 45억원) 규모 수입에 대한 감세와 금융 사기, 선거자금법 위반 등 8건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 중에는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배우 2명에게 입막음 돈을 건넨 과정에서 일으킨 금융 범죄와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이 코언에 제기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그는 최대 65년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으나 플리바겐을 통해 형량이 46~63개월로 감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4월 코언은 미 연방수사국(FBI)와 연방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이후 지금껏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코언의 유죄 감형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로를 계기로 검찰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코언은 그의 ‘충견’으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인물이었다. 코언은 수사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을 기다렸으나 외면당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여러 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24일 코언의 변호사가 CNN을 통해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성추문 여성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을 논의한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공개한 것이 결정적인 경고였다. 당시 코언이 녹음기록을 공개함에 따라 그가 자신의 형량감량 문제와 트럼프와 관련된 정보를 놓고 검찰과 협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당시 관측이 현실화된 것이다.

NYT는 "이번 플리바겐은 코언이 반드시 연방 검찰들과 협조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렇다고 코언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2018년 8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열린 중간선거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의 폭로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날 웨스트버지니아주(州) 찰스턴에서 열린 중간선거 집회 연설에서 코언에 대해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친(親)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관련 불법 거래로 유죄 평결을 받은 폴 매너포트 2016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에 대해서는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매우 슬픈 일이지만 러시아 스캔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