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어기고 북한과 불법 석유 거래에 관여한 러시아 해운회사 2곳과 선박 6척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21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달 들어 미국의 세 번째 대북 독자 제재 조치다.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해운회사 두 곳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프리모례 해운물류’와 ‘구드존 해운’이다. 선박 6척은 이 해운사들과 연관된 러시아 국적의 ‘벨라’ ‘보가티르’ ‘넵튠’ ‘파르티잔’ ‘패트리어트’ ‘세바스토폴’ 호다.

이 중 패트리어트는 올해 초 두 차례 북한 선박에 석유를 옮겨 실었다. 북한 선박 ‘청림 2’에 1500톤, ‘천마산’에 2000톤의 석유를 환적했다. ‘청림 2’는 2016년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고 ‘천마산’은 올해 2월 미국의 독자 제재 지정 후 3월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2018년 8월 21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북한 선박에 정유를 환적한 혐의를 받고 있는 러시아 해운회사 2곳과 선박 6척을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므누신 장관이 7월 26일 CNBC 방송 인터뷰를 하는 모습.

미 재무부는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대성은행이 석유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대성은행은 북한 지도부의 불법 이권 활동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기관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북한 선박과의 선박 간 환적은 공급, 판매, 환적되는 물품에 상관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으며 미국법에 따라 제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를 이룰 때까지 제재 위반에 상응하는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9월 20일 발효된 대통령 행정명령 13810호에 따라 이번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75호는 북한 선박이 공해상에서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미국 정부는 비핵화 협상 압박 차원에서 이달 들어 이날까지 세 차례 대북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이달 3일에는 대북 금융거래를 한 러시아 은행 1곳과 중국과 북한 회사 2곳, 북한인 1명을 제재했다. 15일엔 북한과 술·담배 등을 불법 거래한 중국과 러시아 업체 3곳과 러시아 개인 1명을 제재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 불법으로 정유를 환적했다며 부과한 미국의 추가 제재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