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세계 선진국 중 우리나라만 기업에 유례없이 가혹한 감시 구조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에선 담합이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같은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하나의 기관이 전담으로 규율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EU(유럽연합)·독일·스페인·뉴질랜드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경쟁 당국이 과징금과 같은 행정처분으로 불공정 행위에 대해 규제를 가할 뿐, 검찰의 기소를 거친 형사재판은 없다. 공정거래 사건은 절도·폭행 같은 범죄와 달리 고의성 여부·피해 규모 등 실체를 분석하는 작업이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식견이 필요한 데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검찰이 처벌 권한을 갖지 않는 것이다.
반면 역사적으로 법무부의 권한이 강했던 미국은 유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업 규율이 이뤄지고 있다. 별도의 행정기관을 두지 않고 법무부가 직접 공정거래 사건을 다루면서 적극적으로 불공정 거래 기업들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총 155건의 공정거래 사건을 기소한 바 있다.
한국이 지금까지 채택해 온 기업 규율 방식은 유럽과 미국의 절충 형태로 볼 수 있다. 공정위가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를 하고 행정처분을 부과하기도 하지만, 전속고발권을 행사함으로써 법무부(검찰)의 개입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전속고발권이 일부 폐지되면서 담합 행위에 대해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쟁법 전문 대학 교수는 "행정기관과 검찰이 기업의 담합 행위에 대해서 조사권을 나눠 갖는 형태는 세계 어디를 봐도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