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상처투성이'였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23세 이하)이 2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1대0으로 누르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승점(6점·2승1패)이 같아졌으나 승자승 우선 원칙에 따라 조 2위가 됐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인 손흥민·조현우를 와일드 카드 선수로 합류시켜 역대 최강 멤버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학범호(號)는 말레이시아전 패배에 이어 약체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에이스' 손흥민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결승골을 터뜨려준 덕분에 체면치레를 했다. 이런 경기력으로는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 도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23일 오후 9시 30분 F조 1위 이란과 16강전을 치른다. 앞서 이란은 미얀마에 0대2로 졌다. 조 1위를 차지하면 E조 2위가 유력한 한국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고의적으로 무기력한 경기를 했다. 그런데 같은 조의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북한에 0대3으로 패하는 바람에 결국 이란이 조 1위로 한국을 만나게 됐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 21세 이하 대표팀을 내보냈으나 전력은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으로선 주축 수비수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이란전엔 뛸 수 없다는 점도 악재다.
김학범 한국 대표팀 감독은 키르기스스탄전에 손흥민과 황의조 등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전에서 주전 6명을 바꾸며 체력 안배를 하려다 1대2로 일격을 당하자 어쩔 수 없이 약체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상대 밀집 수비를 깨는 짜임새 있는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롱 패스는 부정확했고,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최용수 SBS 해설위원은 "상대 역습을 너무 경계한 나머지 공격 숫자가 오히려 부족하다"고 했다.
후반 18분이 되어서야 기다렸던 골이 터졌다. 손흥민이 장윤호의 코너킥을 오른발 발리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그의 데뷔 골이었다. 손흥민은 상대 역습 때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등 부지런히 뛰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한국은 이승우까지 투입하며 득점을 노렸지만 추가 골을 뽑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