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20일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과천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비대위가 끝나면 더이상 정치할 생각도 없다.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대위원장을 맡는 동안 당 쇄신 작업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제 스스로도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을까 두렵다.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느낀다"며 "그때까지는 의원들에게 엎드려 협조를 구하기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것은 결기나 카리스마의 문제가 아니라 일의 선후에 관한 문제로 속도와 경중이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해주고 다 같이 함께 가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적 청산’ 문제에 대해서도 "모두가 인적청산 없이는 혁신도 없다고 말해 저에게 큰 압박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은 지금 고장난 자동차와 같은데, 자동차의 고장을 수리할 생각 없이 기사에 대한 책임만 물으면 자동차가 움직이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천제도 개혁으로 인재 풀(pool)을 만든 후, 국민의 요구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잘못된 부분의 교정과 책임을 묻는 문제를 거론하겠다"며 인적 청산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당의 비전이나 전략적 가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반공·안보·친기업·기득권 옹호·부패 등의 이미지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의 새로운 목표와 미래비전은 ‘잘 먹고 잘살자’는 국민 모두의 염원과 꿈과 같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다시 ‘성장’의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대위가 1달이 지난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놔야 한다"며 "비대위 산하의 소위가 앞으로 공천제도와 기존 의원의 기득권 문제, 당원의 권리 회복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문제는 차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 기사였다"며 반발했다.

김태흠 의원은 "오전에 보수 대통합 언급이 나왔는데, 시기적인 문제가 있는 발언이었다"며 "당 내부 정리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도 "2년 전 당이 ‘잘 나갈 때’도 이념·가치는 그대로였다"며 "결국 당의 이념이나 가치가 아니라 당을 이끄는 리더십이 문제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선명한 우파정당도 필요하며, 지금은 한국당이 반성할 때가 아니라 싸워야 할 때"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한국당이 갑자기 무너진 것은 정당의 체질이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 기회에 (한국당이) 파도에 무너지지 않고 더 튼튼한 우파정당이 되도록 기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