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를 간음·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시민 2만명(주최 측 추산)이 18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안 전 지사와 재판부를 비판했다.

18일 오후 성차별·성폭력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안희정은 유죄다’‘사법부도 유죄다’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를 오는 25일 개최하려 했지만 지난 14일 안 전 지사의 무죄 선고가 나오면서 예정보다 일주일을 앞당겼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안 전 지사 판결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350여개 시민단체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안희정은 유죄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겨냥해 "사법부도 유죄"라고 했다. 또 "1심 재판부를 탄핵하라"고도 했다.

시민행동 측은 이날 안 전 지사를 간음·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정혜선 변호사가 대독한 편지에서 김씨는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어 "(안 전 지사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분명히 표시했다.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해줄 수 있는 판사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문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최영미 시인도 집회에 참가했다. 최 시인은 "안 전 지사가 자기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스스로 감옥에 가야 한다"며 "그러면 우리는 그를 기꺼이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오후 5시에 시작한 집회는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광화문을 거쳐 종로 방향으로 행진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