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을 앞두고 주민의 생활을 단속하고 관광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특별지시를 내리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오는 9월 행사를 대비해 튀는 옷차림과 머리스타일 단속에 나섰다고 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공장기업소 조직과 인민반에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행위를 엄격히 단속해 근절하라는 북한 당국의 특별 지시가 하달됐다"며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9·9절 행사를 앞두고 주민의 행동 단속에 나선 북한의 주민강연자료.

이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젊은층을 대상으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그는 "젊은층 사이에서 비사회주의적 행위가 많이 나오고 있어 각 도·시·군 청년동맹위원회 주도로 엄격하게 단속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17일(현지 시각) 몇 해 전에도 북한은 젊은이들에게 김정은 머리스타일을 따라 하라고 종용한 의혹을 산 적이 있다며 오는 9월 행사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설이 제기되면서 평양에 방문할 외국 고위인사를 의식한 내부 단속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RFA에 따르면,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9월 행사에 많은 외국인이 올 것으로 알려졌다"며 "매일 선전일꾼들이 공공장소에서 선전선동사업을 벌이며 주민들의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북한은 외국인 관광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단체 관광을 다음 달 5일까지 중단했다.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 투어’는 지난 14일 성명서에 "평양의 거래처가 9월 9일까지 관광 비자 신청을 동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통보해왔다"며 "이런 특이 조치는 북한 당국이 9월 평양에 방문하는 여러 고위급 인사를 파악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다수의 중국 기반의 북한 관광업체 또한 "8월 남은 기간 평양의 모든 호텔이 개보수에 착수해 북한 단체관광이 중단됐다"고 공지했다.

9·9절 행사를 대비해 평양에서 사람들이 카드 안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 사진.

위성 사진에 9·9절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 비확산 연구센터 전문가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8월 11일부터 평양에서 사람들이 9월 행사를 대비해 안무를 준비하는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지난 10일 북한 미림 비행장 위성 사진에서 차량과 무기가 증축된 것을 포착해 열병식에 무기가 전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희망과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는 미국과의 샅바싸움을 고려할 때 북한의 오는 9월 열릴 행사는 무기를 과시했던 이전 열병식과는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