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정시 선발 인원이 대학별로 30% 이상으로 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선택 과목이 대폭 확대된다. 교육부는 작년 8월 대입 개편을 유예한 후 국가교육회의 공론화를 거쳐 1년 만에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해 17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정시 수능 전형으로 30% 이상 뽑는 대학들에 재정 지원을 줘 정시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단, 수시 학생부 교과 전형을 30% 이상 뽑는 대학은 예외다. 이렇게 되면 정시 선발 인원이 5354명(최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년간 '정시 확대'냐 '수시 확대'냐를 놓고 공론화까지 했는데, 정시를 소폭 늘리는 데 그친 것이다.
반면 수능시험은 크게 바뀐다. 국어·수학에 선택 과목이 도입·확대됐고, 탐구는 기존엔 8~9개 중 2개를 골랐는데, 17개 중 두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학·학교별로 선택 과목을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단순·공정한 입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역대 가장 복잡한 입시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조효완 광운대 입학 전형 전담 교수는 "지금도 탐구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에 따라 대입 유불리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국어, 수학까지 선택 과목이 늘고 대학별로 지정하는 과목도 달라지면 과목 조합이 너무 복잡해져 학생과 학부모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능 위주 정시 선발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현재 4년제 대학 198곳 중 수능·교과 전형 선발 인원이 30% 이하인 대학 35곳 정도가 정시 확대 권고 대상이다. 이 대학들이 정시를 30%까지 늘리면 정시 인원은 현재 총 6만9291명에서 7만4645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교육부는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시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정시 비중이 35% 이상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서울대(20.4%), 고려대(16.2%), 경희대(23%), 이화여대(20.6%), 포항공대(0%)는 정시 비중이 30%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3년 뒤 큰 폭으로 정시 신입생을 늘려야 한다. 서울대는 약 330명, 고려대는 580명, 경희대는 380명을 정시에서 더 뽑아야 한다. 연세대(27.1%)·숙명여대(26.2%)·한양대(29.4%) 등 상당수 주요 대학은 지금도 30% 가까이 정시로 뽑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내신 성적이 불리한 재수생이나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수시가 70%이고 주요 대학은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을 통해 많이 선발하기 때문에 내신과 학생부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수백 조합 가능해 복잡해진 수능
교육부는 문·이과 간 벽을 없애고 학생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며 선택 과목을 크게 확대했다. 지금은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와 '(문·이과) 수학'을 한 과목씩만 치르지만, 앞으로는 '공통 국어'와 '공통 수학' 외에 여러 선택 과목 중 하나를 택해 추가로 치르도록 했다. 예컨대 국어는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1개씩을 선택해야 한다.
탐구는 지금 문과가 사회탐구 9개 중 2과목, 이과는 과학탐구 8개 중 2과목을 선택해 치는데, 2022학년도에는 사탐·과탐 합쳐 총 17개 중 2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문·이과 상관없이 사탐만 2개 치든 과탐만 2개 치든, 각각 1개씩 치든 학생이 정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어·수학 선택 과목 조합만 6개, 탐구 과목 조합만 136개로 총 816개에 이르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 여기에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특정 과목을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줄 수 있어 대학 결정까지 지켜봐야 한다.
안성환 대진고 교사는 "수능 과목에서 변수가 너무 많아져 학생·학부모 심리전이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교육 컨설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입시 부담 경감을 위해 애초 2022학년도 수능부터 제외하기로 했던 수학 '기하'와 '과탐Ⅱ(심화)'를 관련 학계 반발 등으로 수능 과목에 넣기로 최종 확정했다. 고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아랍어 쏠림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제2 외국어/한문' 영역은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교육과정 취지 실종
교육부가 애초 대입 개편을 하기로 한 것은 올해 고1부터 도입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대입도 바꾸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대입 제도에는 이런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교육과정 핵심은 '문·이과 융합' '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이다. 그런데 수능은 지금처럼 문과는 사탐만, 이과는 과탐만 응시해도 되기 때문에 학교에선 여전히 문·이과로 나눠 수업할 가능성이 크다. 이만기 유웨이중앙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이 여전히 상대평가 체제인 데다 정시 비중이 높아져 흥미보다는 점수 따기 유리한 과목을 공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 발표에 대해 수능 확대 지지자, 반대자 모두 크게 반발했다. 정시 확대를 주장한 '공정 사회를 위한 국민 모임'은 "공론조사 결과 '정시 45% 이상 확대'가 1등을 했는데, 30%로 정한 교육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1년 동안 진행된 공론화 과정을 짓밟고 독단적 결정으로 혈세 20억원과 시간을 낭비한 김상곤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은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협력과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정작 입시에서는 상대평가, 오지선다, 수능 문제풀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진행했던 교육 개혁 물줄기를 다 돌려세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