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될까?" 아침 회의 시간마다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 PD에게 '그림', 즉 '영상'은 매우 큰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그림'을 보여주느냐가 실력이기 때문이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제일 좋은 '그림'은 언제나 생생한 현장 영상이다. 직접 촬영한 영상이 없다면 지난주 이야기한 대로 최선을 다해 폐쇄회로(CC) TV 영상이라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영상을 늘 구하지는 못한다.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 바로 '삽화'다.
필자가 맡은 사건 프로그램에서 '삽화'는 아주 예민한 작업 중 하나다. '아름다운 그림'이 아닌 '정확한 그림'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활자 기사로 제공되는 제한된 정보로 사건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그림 한 컷이 완성돼야 한다. 그래서 방송으로는 단 몇 초 만에 지나가 버리는 삽화지만, 그 제작 과정은 복잡하다.
먼저 아이템이 결정되면 일러스트 작가와 PD가 관련 기사를 공유한다. 이때는 같은 사건이라도 여러 기사를 비교해야 한다. 간혹 기사마다 사건 관련자나 정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경찰서나 취재 부서에 문의해 꼭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삽화에 담을 주요 정보를 선별했다면 이제 PD가 먼저 스케치를 그려 일러스트 작가에게 제시한다. 물론 그림에서는 일러스트 작가가 전문가지만, 앞서 말한 대로 '정확한 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PD가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여기에 일러스트 작가가 등장인물의 나이나 의상 등 디테일을 덧붙여 삽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삽화를 제작할 때는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바로 '지나친 상상력'이다. 현장을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상력은 불가피하지만, 불필요한 과장이나 추정은 사건을 왜곡하고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흉기 등이 등장하는 범행 장면 묘사는 되도록 피하고,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선정성만 부각되는 아이템은 아예 제작하지 않는다. 뉴스에서 삽화는 제작진의 고육지책이지 시청률을 위한 꼼수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