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와 함께 포털 댓글을 조작했다는 혐의(업무방해)로 청구한 김경수(51) 경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18일 새벽 기각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던 김 지사의 댓글조작 개입 의혹 수사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검팀의 수사기간은 이날을 포함해 8일 남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 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2시 42분쯤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피의자의 주거와 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영장실질심사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구금돼 있던 김 지사는 영장 기각 후 곧바로 풀려났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벌인 댓글 조작 혐의의 공범이라는 혐의를 받았다. 드루킹 일당은 2016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네이버 뉴스에 달린 118만여건의 댓글에 8000만회의 공감·비공감 버튼을 누르는 등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이들의 범행을 지시·보고받는 등 공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의 쟁점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였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시연을 본 뒤 댓글 조작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출판사를 찾은 당일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 설명 등이 들어 있는 문건을 작성했고, 드루킹 일당이 일관되게 김 지사가 시연을 봤다고 진술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의 킹크랩 시연회를 실제로 참관하거나 사용을 승인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 외에는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특검 수사 결과가 김 지사를 구속 수사해야할 필요성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김 지사의 구속 여부와 관계 없이, 특검팀은 김 지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팀은 1차례에 한해 30일간 수사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할 수 있다. 승인권은 문 대통령이 갖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기간 연장 요청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남은 수사 기간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재청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여권(與圈)을 중심으로 ‘정치 특검’이라는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