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 회의 폐막 이후 시 주석 권력 위협요인 정면돌파 행보
미중 무역협상도 3개월여만에 재개…"中상무부 부부장 22~23일 방미"
중국 전⋅현직 고위급 인사들의 연례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복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인권력 체제를 흔드는 ‘가짜 백신’ 스캔들과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16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과 인체용 광견병 백신 불량으로 사회문제를 일으킨 창성(長生)바이오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과 관련 문책 상황을 보고 받았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같은 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도 창성바이오의 모든 불법소득을 몰수하고 최고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지난 달 31일 정치국 회의를 끝으로 관영 매체에서 사라졌던 시 주석은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겸해 열리는 고위급 회의를 마치고 이날 업무에 정식 복귀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무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달 하순 방미해 데이비브 말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미국 대표단과 쌍방이 관심을 갖는 무역 문제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왕 부부장이 오는 22~23일 미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가짜 백신 스캔들 감독 책임 물어 장관급 7명 문책
이날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동의한 고위급 문책 명단에 따르면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있는 창성바이오에 대한 감독 라인에 있던 장관급 인사 7명이 처분을 받았다. 진위후이(金育輝) 지린성 부성장은 지난해 4월부터 지린성 식약품 감독을 책임졌다는 이유로 면직됐다. 리진슈(李晉修) 지린성 정협 부주석은 2015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지린성 식약품 감독 담당 부성장이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사직 조치됐다. 류창룽(劉長龍) 창춘(長春) 시장과 비징촨(畢井泉) 창춘시 시장 감독관리총국 당서기 겸 부국장은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비 부국장에게는 2015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식품약품감독총국 국장을 지낸 책임을 물었다.
2012년 3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창춘시장을 지낸 장즈잉(姜治瑩) 옌볜조선족자치주 서기와 자오훙(焦紅) 국가의약품관리감독국장은 정밀검사 처분을 받았다. 중앙기율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는 의약품 인허가를 담당했던 우전(吳湞) 전 식품 약품 감독관리총국 부국장도 조사했다. 이들은 중앙에서 관리하는 중관간부(中管干部)로 장관급에 해당한다. 중관간부 이하 35명도 문책당했다고 CCTV는 전했다. 중앙기율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는 이날 홈페이지에 지린성과 창춘시가 창성바이오 백신 감독 부실 책임을 물어 문책조치한 인사들의 명단을 올렸다.
이번 회의에선 또 지린성 당 위원회와 성 정부, 국가약품관리감독국이 책임을 지고 철저한 조사를 해서 당 중앙과 국무원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번 회의는 시 주석이 문제 백신 사건을 고도로 중시해 수차례 중요한 지침을 내려 즉각적인 진상조사와 엄격한 문책 및 안전 마지노선을 결연히 지켜 군중의 이익과 사회안전을 보장하도록 전력을 다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 △백신생산업자가 이익을 쫓아 법과 국가 약품 표준을 어기고 거짓으로 생산검사 기록을 작성했으며 △지방정부와 감독당국은 직무를 태만히하고 감독을 소홀히 했으며 △개별 실무자는 독직한 중대한 사건으로 죄질이 엄중하고 악랄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리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도 창성바이오에 대한 불법 소득 전액 몰수와 최고벌금 부과를 결정했다. 최고벌금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상무회의에선 또 관련 지방정부및 감독당국 관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를 실시하고, 합격 백신의 공급을 보장하고 전국의 백신 생산기업에 대한 질량 안전 조사를 통해 문제 발생시 제때 공지하고 처리하도록 했다. 약품 감독관리체제와 전자 추적 제도 등을 보완해 감독관리의 구멍을 막고, 국산백신의 기술도 높이도록 했다.
이와함께 공안기관은 창성바이오 사건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범죄 혐의자를 모두 기소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베이이다허 회의 폐막 직후 흘러나온 미중 협상 재개 소식
중국 상무부는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은 일방주의적인 무역 보호주의 행태에 반대하고, 어떤 일방적 무역 조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대등, 평등, 상호신뢰의 기초 위에서 대화와 소통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구조적인 (무역) 이슈에 대한 논의에 열려있다"면서 "중국이 이런 우려들을 시정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가져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미 CNBC에 출연해 미중 무역협상 재개를 확인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면서 "때로는 협상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딜'(거래)을 확실히 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인함과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5∼6월 세 차례에 걸쳐 부총리와 장관급 무역협상을 벌였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미중 무역협상 2차 회의에서 무역전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를 뒤집으면서 양국은 지난 달 6일 34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이번 협상 수석대표가 기존의 부총리·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됐다는 점에서 양측이 향후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탐색전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관변 SNS 뉴스 계정 뉴탄친(牛彈琴)은 "먼저 차관급 접촉을 하는 것은 양측이 매우 조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베이다이허 회의 폐막후 협상 재개 소식이 나오면서 강경 대응이냐 협상 중시냐로 의견이 나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지도부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입장이 정리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협상은 이달 23일부터 미중 양국이 16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각각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정한 가운데 진행된다.
♢미중 무역전쟁에 출렁이던 중국 금융시장 안정될까
6월초 베이징에서 3차 협상이 결렬된 뒤 3개월 여만에 이뤄지는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에 이날 1.55% 급락세를 출발한 상하이종합지수는 낙폭을 줄여 0.66% 하락한 2705.19에 마감했다. 증시와 함께 속락하던 위안화 가치도 반등했다.
위안화 가치는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전날 달러당 6.9348위안으로 작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지만 이날 6.8796위안으로 상승 마감했다. 역외 외환시장에서도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이날 1.3% 반등해 2017년 1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위안화 가치 상승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당국의 조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이 이날 시중 은행들에 상하이 자유무역구(FTZ) 제도를 활용한 역외 위안화 예금 및 대출 업무를 금지한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제일재경등 중국언론들은 은행 고위층을 인용해 이같은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중국 당국이 위안화 추가절하를 막는 의지를 보였다는 관측이 많다.
앞서 인민은행이 지난 6일부터 외환 선물거래에 20%의 증거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1년여만에 다시 부활한 것도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막기 위한 행보였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2015년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로 증시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도입했다가 환율이 안정된 지난해 9월 폐지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무역전쟁과 가짜 백신 스캔들 뿐 아니라 중국 경기 둔화와 P2P 대출 플랫폼 야반도주 같은 금융 스캔들 탓에 중국의 학자들과 보통사람들이 시 주석과 그의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서두르고 은행 대출을 확대하는 부양책을 펴는 한켠 P2P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