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올라 쓰러질 것 같습니다."
아시안게임 2연속 우승을 노리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허재 감독이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16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A조 2차전 몽골과의 경기에서 108대73으로 크게 이겨 8강을 확정한 직후였다.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위기 한 번 없었다. 미국에서 귀화한 라건아의 위력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라건아는 골밑에 어려움 없이 자리를 잡은 뒤 동료들이 건네는 패스를 받아 손쉽게 득점했다. 그는 경기 절반인 20분만 뛰고도 19점을 넣었다. 리바운드도 14개를 잡아냈다. 그중 10개가 공격 리바운드였다. 허일영(20점)과 전준범(16점)이 각각 3점슛 6개와 4개를 쏘아 올려 힘을 보탰다.
한국은 8강에서 아시아 강호 중국, 또는 국제대회에서 곧잘 발목을 잡은 복병 필리핀을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필리핀은 NBA(미 프로농구)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가드 조던 클락슨(26)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클락슨은 필리핀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과 필리핀 이중국적 선수다. 지난 시즌 NBA에서 평균 14.1점을 올렸다. 연봉이 1250만달러(약 141억원)에 달한다.
원래 필리핀은 아시안게임 불참을 선언했었다. 농구월드컵 예선에서 호주와 난투극을 벌여 선수 10명이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필리핀이 결정을 번복했고, 조 편성도 기존 B조에서 D조로 바뀌었다. 필리핀은 이날 클락슨이 뛰지 않고도 카자흐스탄을 96대59로 완파했다. 중국도 NBA 소속인 저우치(휴스턴 로키츠)와 딩옌위황(댈러스 매버릭스)이 가세해 전력이 두터워졌다는 평가다.
허 감독은 "태국과의 다음 경기를 6일 후인 22일 치르는 등 일정도 불규칙해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상대가 어떻든 굴하지 않고 8강부턴 매 경기 결승이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