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5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였다는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특검팀 등에 따르면 이날 구속 영장엔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2월 초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수만 개의 기사에 달린 댓글 백만여 건을 조작하는 데 가담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아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댓글 조작을 하는 것을 승인하고, 이후 '홍보 기사' 목록을 보내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드루킹으로부터 관련 보고도 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실상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승인·지시하고 그 결과도 체크했다는 것이다. 드루킹은 댓글 조작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다.

특검조사 받은 백원우 민정비서관 -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백 비서관을 6시간 동안 조사했다. 백 비서관은 지난 3월 드루킹 측근 도모 변호사와 연락하고, 일주일 후 청와대로 불러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특검이 원하는 모든 방법대로 수사에 협조했다"며 "특검의 무리한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 지사 구속 여부가 이번 특검 수사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허 특검은 이날 오후 9시 30분 김 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지사가 최근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반복하고 있어 증거 인멸 우려가 높다는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여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센다이 총영사 부분이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해왔다. 그런데 지난 9일 특검 조사에선 "(드루킹의 측근) 도모 변호사를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할 수 있다는 청와대 입장을 드루킹에게 전달했을 수는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센다이 총영사 얘기를 드루킹에게 먼저 꺼냈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본지는 지난 5월 16일 김 지사가 작년 12월 드루킹에게 전화로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드루킹 일당이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를 도운 대가로 일본 대사직과 오사카 총영사직 등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김 지사가 대신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했다는 보도였다. 드루킹이 이 제의를 거절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도가 나간 날 김 지사 측은 성명을 내고 "해당 보도는 사실 왜곡, 무책임 보도"라고 반박했다. 김 지사 측은 "조선일보는 (김 지사가) 인사에 직접 개입하고 청탁이라도 한 것처럼 침소봉대해 보도하고 있다"며 "본질과 상관없는 부풀리기와 의혹 제기"라고도 했다. 이후 김 지사 측은 언론중재위원회에 기사 내용을 고쳐 달라는 정정 보도 청구를 했다. 그러면서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이날 "드루킹의 요구로 김 지사는 청와대에 드루킹 측근인 도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었다"며 "그런데 청와대에서 '오사카 총영사 임명은 어렵고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서 이를 드루킹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센다이 총영사 자리는 청와대에서 나온 얘기고, 김 지사는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청와대와 국회의원(당시 김 지사)은 여러 군데서 인사 추천을 받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될 일도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법조계 인사들은 "김 지사가 선거를 도와 달라며 이 같은 자리 제안을 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공직을 주겠다고 약속만 해도 처벌하게 돼 있다. 김 지사가 선거를 위해 센다이 총영사직을 약속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가 청와대 의견을 단순히 전달했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최근 김 지사가 지난해 3월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드루킹에게 "내년 6월 지방선거도 도와 달라"고 말했다는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날 구속영장에 이 혐의는 포함시키진 않았지만 계속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은 "지방선거를 지칭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잘 도와 달라는 의례적인 인사였다"고 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근 김 지사 구속영장 청구에 필요한 증거 다지기 작업을 했다. 지난 14일엔 드루킹 측근 박모(필명 서유기)씨를 불러 '주주인' 사이트 채팅방 복원을 시도했다. 이 사이트는 2015년 5월 개설됐다. 드루킹은 김 지사 등 주요 인사를 만나면 관련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이 사이트에 올렸다고 한다.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