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 뜨거워서 발이 탈 것 같아요."
지난 10일 오후 4시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비치발리볼 연습장. 섭씨 31도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김하나(34)와 김현지(21)가 맨발로 나섰다. 모래로 된 연습장은 맨발로 딛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선수들은 호스로 물을 뿌리고서야 겨우 연습을 시작했다. 푹신푹신한 모래사장에서 점프해 공을 때리자마자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됐다.
비치발리볼은 수영복 차림 선수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모래사장에서 하는 배구다. 국내에선 관심이 덜하지만 하계올림픽 최고 인기 종목 중 하나다. 아시안게임에선 1998년 방콕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시아 비치발리볼 최강자는 중국이며, 한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부 5위가 최고성적이다.
김현지는 열세 살 많은 김하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김현지가 천안 봉서중 선수였을 때 김하나는 코치였다. 김현지가 천안 소재 고교 진학을 원했던 김하나의 충고를 무시하고 강릉여고로 진학하면서 한때 사이가 어색해졌다고 한다.
"다 지난 얘기예요. 좀 쑥스럽기도 하지만 가르쳤던 선수와 호흡을 맞추니 오히려 더 편해요. 배구는 6분의 1만 잘하면 되는데, 비치발리볼은 각자 코트 절반을 책임져야 하니 상호 신뢰가 가장 중요해요."(김하나)
"선생님이라 선배보다 더 믿고 의지하게 돼요. 선생님께서 토스해주는 걸 스파이크할 때 기분이 짜릿해요. 서로 환상 호흡이에요."(김현지)
김연 대표팀 감독은 "열악한 선수층에서 최적 조합을 고르다 보니 두 사람이 딱이었다"고 했다.
김하나는 2002년부터 흥국생명에서 5시즌을 뛴 뒤 유니폼을 벗고 천안 봉서중 코치로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지난해 8월 인천 비치발리볼대회에 참가했다가 '모래 배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청소년대표 출신 김현지는 2016년 프로팀 GS칼텍스에 입단했다가 주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1년여 만인 2017년 그만뒀다. 김현지는 실업팀(양산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작년과 올해 대구 비치발리볼 세계선수권에 참가해 경험을 쌓은 뒤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180㎝, 70㎏의 체격이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비치발리볼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하나와 김현지는 "비치발리볼이 배구보다 10배는 더 힘들다"면서도 "이번 아시안게임을 비치발리볼 도약의 계기로 삼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비치발리볼은 환경이 열악하다. 등록 선수가 100여명뿐이다. 그나마 모두 정식 배구를 주로 하면서 여름에 비치발리볼을 하는 '겸업 선수'다. 전용 훈련장도 전국에 단 3곳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꼭 메달을 목에 걸고 박수 한번 받아보고 싶어요. 지난 7월 울산 세계대회에서 8강에 올랐으니 이번엔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김하나의 말을 듣던 김현지가 더 큰 꿈을 펼쳐놓았다.
"비치발리볼의 김연경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한 4차례 정도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