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 사태’의 책임을 지라며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수천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2~2014년 매출액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자회사의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해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지난 5월 38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 대상에는 고재호 전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영학)가 심리하고 있다. 아직 안진회계법인 측의 법률대리인은 선임되지 않았고, 변론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안진회계법인은 감사인으로서 ‘전문가적인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미 부정이나 오류의 존재를 시사하는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을 경우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감사절차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고 전 사장 등이 분식회계를 해 허위내용이 기재된 재무제표를 작성했는데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은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고 전 사장과 김갑중 전 재무총괄부사장 등 당시 분식회계에 관여한 전직 직원들도 송사에 휘말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2015년 재직한 고 전 사장과 김 전 부사장은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경영관리팀 직원이었던 김모씨, 이모씨도 분식회계에 관여한 사실이 분명하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로 인해 성과급과 배당금을 과도하게 지급하고, 불필요한 법인세와 과징금을 내게 되면서 회사가 6400억원가량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우선 손해액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했다.
분식회계에 관여한 이들은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상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고 전 사장과 김 전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9년과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안진회계법인 이사였던 배모씨와 상무였던 임모씨, 회계사였던 강모씨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다. 임씨와 강씨는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사기 의혹이 불거진 2014년 회계감사를 할 때 이중(二重) 장부가 작성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모두 이번 손해배상 소송 피고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1년간 신규 업무(감사업무)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