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대법정 303호에 안희정(55) 전 충남도지사가 출석했다. 82석의 방청석은 이미 가득 찬 상태였다. 안 전 지사는 변호사와 귀엣말을 나눴고,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안 전 지사의 왼쪽 대각선 방향에는 전 충남도 정부비서 김지은(33)씨가 앉아있었다. 김씨는 이날 검은색 재킷차림이었다. 검은색 뿔테안경을 썼고, 머리는 뒤로 단정히 묶었다. 표정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오전 10시 30분, 조병구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어나갔다. “객관적 증거에 비춰 피해자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방청석에서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거 진짜 너무 한다. 어이가 없네!” 김씨 지지자로 보이는 여성이 고함을 질렀다. 방청석에서 “대한민국에 정의가 없다” “대한민국 아직 멀었다”는 소리도 나왔다. 질세라 배석한 안 전 지사 지지자들이 “지사님 힘내세요”라고 반복해서 외쳤다. 법정이 술렁였다. 경위들이 방청객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무죄 선고 직후 안 전 지사가 안경을 벗었다. 손으로 눈가를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판결문 낭독이 모두 끝나자 안 전 지사를 재판부에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변호인과 악수를 나눴다. 그는 불과 2m 떨어진 김씨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 그대로였다. 김씨는 판결 직후 조용히 일어서서, 취재진을 피해 별도의 통로로 빠져나갔다.
그는 이후 변호사를 통해 “재판부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했을 때 (무죄) 결과는 이미 예견되었을지도 모른다.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고 굳건히 살아 권력형 성폭행이 심판 받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재판 직후 여성단체연합체인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 50여명은 서부지법 앞에 모여 “권력을 가진 가해자의 횡포를 왜 묵인하는가”, “피해자 인권회복은 고려하지 않는가”라고 규탄했다.
안 전 지사는 법정을 나서면서 취재진에 "죄송하고 부끄럽다.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와 안 전 지사 측의 충돌은 없었다.
안 전 지사는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