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이 영화 : 공작
빽빽한 만큼 버겁다. 8일 개봉한 '공작'(감독 윤종빈)은 상당히 공들여 만든 첩보극이다. 1997년 북풍 사건에 휘말린 안기부 북파 공작원 박석영(암호명 흑금성)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로, 황정민·이성민·조진웅 같은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데다 미술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제작비만 190억원이다. 이야기 전반부도 그만큼 밀도 있고 쫀쫀한 편이다. 한쪽은 다가서려 하고 다른 쪽은 한발 물러서고 경계하면서 빚어지는 심리극이 촘촘하고 빽빽하다.
이야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하는 건 후반부다. 숨가쁜 심리 첩보전에서 벗어나 영화는 무겁고 두터운 정치·역사적 설명과 자의식을 떠안으며 요동친다. 관객의 호불호가 정치적 입장과 나이·성별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어떤 관객들에겐 이 점이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으나 배경 설명 없이 극장을 찾은 10~20대에겐 인내심이 필요한 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배우들 연기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것엔 이견(異見)이 없을 듯하다. 황정민과 이성민은 총을 들지 않고도 서로를 정확히 겨눌 줄 알고, 손을 잡지 않고도 뜨겁게 엉킬 줄 안다. 두 배우가 말 없이 버티고 서서 눈빛을 부딪칠 땐 보는 이의 심장도 절로 쫄깃해진다.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