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오는 15일 대한민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자유·민주·평등·개방이라는 인류 진보의 가치와 그 실현에서 아시아 최고, 제3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우리 안에서 극성스러운 자기 부정과 자멸로 가는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2세기에 걸친 통사(通史)적, 동(同)시대사적 비교에서 볼 때 어느 나라 민족주의 근대화 운동보다 우월한 대한민국의 실적을 의심·폄하·부정·저주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이 건국 70주년을 맞는 2018년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현실 앞에 1945년 '해방', 1948년 '건국'의 감격이 아니라 2018년 '자멸'의 피눈물을 본다.

객관적 사료나 국제법 해석으로나 근대 항일 독립운동의 인물 조직과 사상의 적통성에서나 어느 기준으로도 대한민국의 가치와 정체성·정통성·법통성은 우뚝 선다. 더욱이 북한의 3대 세습 왕조 유사 종교 집단은 모든 면에서 우리의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1945년 이후 분단의 비극을 딛고 한민족을 근대화·해양화·세계화의 주류로 격상시킨 주역이다. 잠깐이나마 12억 중국보다 경제력(GDP)에서 컸던 기록(1980년대 말~90년대 초)도 있고, 선진국과 후진국의 가교 역할도 했고, UN과 UN 산하 최대기구들의 수장을 배출했다. 그런 대한민국의 중심성 완성의 길을 우리 안에서 부정하는 반동은 어디서 왔는가.

대한민국 '극단'의 성공 안에서 우리가 키웠던 극단의 '도착적 근대화 현상' 때문이다. 근대화의 적극적 측면의 성공도 극단적이었지만 자살률, 저출산율, 낙태율, 성형수술률, 존속 살인율도 세계 최고, 이들이 증명하는 가족 파괴와 '갈등 최선진국'이 보이는 도착적 근대화의 모순이 분단체제론·극좌·종북 등 사이비 민족주의와 같은 궤도에서 만나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 제일주의와 외형 만족이 키운 국가 실존의 기본 조건 약화가 크게 작용했다. 분단과 4강 외교, 사회적 신뢰와 리더십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근대화될수록 더욱 심층적으로 요구되는 기본 요소를 무시하고 몸집 키우기, 외형만의 근대화·세계화로 질주하는 동안 민주·복지·평등·정의라는 이름으로 안의 모순에 대한 저항이 만발한 것이다.

전두환 쿠데타의 등장과 광주 항쟁 발발은 한국적 여야 권력정치 지형을 지역·이념의 결사 투쟁의 장으로 변질 고착시켰다. 화려한 행사에 취하고 안보 동맹도 대가가 없는 공짜인 듯 안주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 나라 주류(主流)가 반공, 종북 척결, 근대화·세계화라는 평면적 구도에 안이하게 갇혀 '대한민국 민족주의'의 체계적·총체적 틀을 갖추는 데 실패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 통일 대한민국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세계화, 지구촌화는 모방적 겉치레에 그쳐서는 안 되며 탈북민·다문화 가정·외국인 노동자·난민 수용까지 포함한 실질적 개방과 인간화를 지향해야 한다. 북한동포를 깊고 보편적인 휴머니즘 인권의 기준으로 구휼하고 배려해야 한다.

동일한 이치에서 조지 오웰의 '1984'년보다 훨씬 견고하고 지독한 북한 3대 세습 독재에도 가장 깊고 보편적인 민주주의 잣대를 겨누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 대통령들이 민족·평화·통일이라는 난해한 국가 기본명제를 알량한 대통령 치적을 위해 사용(私用)하는 버릇이 생겨 민족적 불행의 씨앗이 됐다.

그럼에도 2018년 오늘 분명한 진실은 대한민국을 의심·폄하·부정하고는 한민족 한반도의 자유와 민주·통일·정의·평화를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민족의 통일은 정의의 통일, 평화의 통일, 민주의 통일이어야 하고 한민족의 평화도 정의의 평화, 민주의 평화, 생명 존중의 평화이어야 한다. 그런 통일 그런 평화, 그리고 21세기에 닥쳐오는 100년 500년 단위를 넘는 어쩌면 지질학적 단위의 격변과 혁명을 대비하려면 새로운 '대한민국 민족주의'의 성숙을 통한 한반도 중심성 창조의 새 길을 가야 한다.

'대한민국 민족주의'는 국내·외 항일 독립운동을 종합하고 1945년 이후 한민족 근대화의 실적을 함께 여과하는 새 접근이라야 한다. '대한민국 민족주의'의 새 길은 헌법이 명시한 대로 '통일' 지향이며, 그러기 위해 '자강(自强)' 지향이어야 한다. 세계 8000만 한인(韓人)의 생명 안전을 확보하는 '지구촌 문제군(群)' 해결 지향이어야 한다. 3·1 독립선언서나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나와 있는 지구촌 보편평화질서 창조 선도를 골자로 한 '대한민국 민족주의'로 새 70년을 향해 전진 또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