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직할시로 승격한 대전은 내년이면 시(市)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는다.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이자 과학도시로 꼽히는 대전에는 1973년 '과학 입국'을 기치로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면서 26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몰려 있다. 1500여 기업이 입주해 있고, 석·박사급 연구 인력만 3만200여 명에 이른다.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조성 이후 40여 년 동안 국가 과학기술의 핵심 거점으로 산업 발전을 견인해 왔다.

대전은 최근 도시 성장의 지표인 인구가 줄면서 비상이 걸렸다. 6월 말 기준 대전 인구는 총 149만4878명. 지난 2월 8년 만에 인구 150만명 선이 무너졌다. 2010년 2월 150만명을 넘어선 대전 인구는 2014년 7월 153만634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추세다. 인구 감소―경기 침체―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고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침체한 원도심을 되살리는 것도 숙제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기 침체와 저성장 우려가 제기되는 대전시의 구원투수로 나선 허태정 대전시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기능을 확대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난제를 풀어야 할 구원투수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56.41%를 득표해 당선된 허태정(52) 대전시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 시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대성고, 충남대 철학과를 나왔다.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간사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에 임명돼 정무수석실, 인사수석실에서 일했다. 이어 유성구청장 연임에 성공한 그는 재선 구청장 경험을 살려 시장에 처음 도전해 당선됐다. 허 시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대전이 새롭게 도약할 성장판을 만드는 게 소명"이라며 "시민들이 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민참여예산제를 강화하고, 시민배심원제, 공론조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선거 기간 동안 '침체한 대전의 틀을 확 바꾸겠다'고 했다. 역점을 두고 추진할 시책은 무엇인가.

"최대 역점 시책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과학도시 대전의 핵심 인프라인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기능 확대를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과학·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 발맞춰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산학연 협업을 강화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국부 창출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덕특구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로 이끄는 융합연구혁신센터를 조성하고, 기업, 대학 등이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하겠다. 창업 붐을 조성하기 위해 스타트업 타운을 만들고, 벤처창업펀드도 적극 조성하겠다."

―대전에선 매년 3만5000여 명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된다. 청년 일자리 확대가 시급한데.

"스타트업 2000개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지역 여건을 반영해 민간 중심으로 우선 추진되도록 하겠다. 대학생 대상의 기업 현장 취업 교육, 직무 체험을 늘려 취업을 적극 돕겠다. 최근 정부의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에 12개가 선정돼 국비 62억원을 확보했다.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 우량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조례를 대폭 손질할 생각이다."

―대전 인구 감소의 주된 요인이 세종으로 빠져나가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구 유출을 막고 침체된 원도심을 되살릴 대책은.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 이후 6년 동안 대전에서 8만명이 세종으로 빠져나갔다. 세종이 상대적으로 전세가 저렴하고, 교육·주거 환경, 향후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간 경쟁 구도로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두 도시가 상생하도록 연계 사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 대전과 세종의 인접 지역에 두 지역의 강점을 살린 첨단과학지식산업단지인 '대세밸리'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원도심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역세권에 창업 공간인 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줄이고 보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희망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 공공 어린이집도 100여 곳 늘리겠다. 또 원도심인 중앙로에 근대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옛 충남도청사 일대에 창의문화예술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2014년부터 도시철도 2호선으로 도로 노면 위에 레일을 설치해 운행하는 노면전차 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도시철도 2호선 추진은 교통 분야 최대 현안이다. 운행 중인 1호선 지하철역들과 만나며 도는 순환형(노선 길이 37.4㎞)으로 구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 사업 성패가 달렸다. 트램 방식이 경제성 있는 것으로 나오면 서둘러 추진할 생각이다"

―대전은 야구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야구장 신축 공약에 대해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현재 대전 야구장인 이글스 파크는 준공한 지 54년이나 돼 전국에 있는 9개 구장 중 가장 시설이 열악하다. 그래서 2만2000석 규모의 야구장 신축을 구상 중이다. 1년에 대전 홈경기가 60일 정도 열린다. 경기가 없는 300일에도 야구장 주변에 젊은이들이 모여들 수 있게 하겠다. 각종 문화, 예술 공연이 어우러진 스포츠 콤플렉스로 운영할 경우 원도심을 되살리는 새로운 명물이 될 것이다. 오는 10월부터 야구장 신축 관련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임기 중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둔산동 일대에 보라매공원, 샘머리공원, 한밭수목원 등 녹지 공간이 도로로 단절돼 있다. 공약으로 제시한 둔산 센트럴파크 조성은 어떻게 진행되나.

"대덕대로를 따라 조성된 녹지축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도로로 나뉜 공원을 연결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대전시청에서부터 정부대전청사를 거쳐 갑천으로 연결되는 세로축과 대덕대로를 따르는 가로축이 잘 이어지면 명품 공원이 될 것이다. 용역비를 추경 예산에 편성해 공원 조성 규모와 연결 방안 등 전반적 계획을 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