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 경제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요즘 60개 대기업 계열사 2000여 곳을 대상으로 일제 공시(公示) 점검을 하고 있다. 과거 3년간 1억원 이상의 모든 거래 내역을 제출받아 샅샅이 살핀다. 점검 과정에서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가 포착되면, 직권 조사권을 발동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에 대해 "발가벗겨진 채 일렬로 서 있는 것 같다"며 "대기업들 모두 고개 숙인 채 '걸리지만 말아달라'고 기도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렇게 '저승사자' 노릇을 하는 공정위는 얼마나 깨끗할까. 공교롭게도 지난달 30일 공정위의 전직 위원장·부위원장이 동시에 구속됐다. 두 사람은 공정위가 감시해야 할 그 대기업에 퇴직 공무원용 자리를 만들고, 이를 '대물림'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관련된 기업을 압수 수색했고 10여 년 전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까지 불러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했던 김동수 공정위원장까지 소환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위 내부는 술렁거리고 있다. "검찰이 공정위를 상대로 대기업 털 듯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 "털어서 뭐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상조 위원장이 검찰 조사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지만 직원들 분위기는 심상찮다. 가족·친척들로부터 "잘 있느냐"는 안부 전화가 쇄도한다고 한다.

김상조 위원장도 정작 자유롭지는 않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김 위원장 취임 후에도 공정위 직원이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봄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개인적으로 옮겼을 뿐이며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엔 조직적으로 퇴직자를 보낸 사례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직원은 공정위 출신인 전임자의 고문 자리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공정위란 '배경' 덕분에 자리를 챙긴 셈이다. 공정위가 감독하는 각종 공제조합에 공정위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는 김 위원장 취임 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평소 대기업 총수 등을 향해 "직접 시장에 나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 공정위가 출범 37년 만에 사상 최대 위기에 빠진 지금, 그는 왜 침묵만 하고 있을까? 김 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여름휴가에 들어가 이달 중순 발표할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개편안에는 대기업에 대한 감시·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대거 담길 전망이다.

하지만 퇴임한 제 식구들 용도로 대기업에 자리나 챙겨주는 '파렴치한 불공정 집단'이 돼버린 조직을 바로 세우는 게 더 '발등에 떨어진 불'일 것 같다. 이마저 못하면 대기업과 시장을 상대로 한 공정위의 영(令)은커녕, 국민의 지지마저 사라져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