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폭염대책 지휘' vs 박원순 서울시장 '폭염 체험'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폭염 탈출'

문재인 대통령이 8월 첫주 여름 휴가를 떠나면서 청와대발 뉴스가 줄었다. 정치인에게는 인지도가 생명이다. 이 틈을 이용해 차기 대권 주자로 불리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적 활동을 알리고 있다. 예상 못한 시점에 차기 대권 주자들의 ‘미디어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폭염대책 진두지휘’가 컨셉이다. 이 총리는 연일 계속되는 ‘역대급 폭염’과 이에 따른 전력수급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점검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사상 최대의 전력공급능력(1억73만kw)을 확보하고 있지만, 정부는 결코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가정과 기업에 안심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의 한 가정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폭염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 총리는 “정부는 올해 여름 최대 전력수요를 8830만kw로 예상했으나, 실제 전력수요는 9000만kw를 넘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수급 예측모델은 거의 정확한 것으로 판명됐지만, 더위가 예상보다 심해지고 길어진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8월에 들어섰으나 더위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전력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주무 부처에 안정적인 전력 수급 관리를 당부했다.

이같은 발언은 폭염 장기화에 따라오는 전력수급 우려를 잠재우면서도, 전력수급 예측 등 정부 정책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달 31일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민생 현장을 방문해 어려움을 듣고 폭염 대비 상황을 점검한 뒤 “이번 폭염이 특별 재난에 준하는 것이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특별 배려를 검토하라”고 했다. 지난 1일에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발주 건축·토목 공사 현장에서 폭염이 심한 낮 시간대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덜 더운 시간대에 일하거나 작업을 며칠 연기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의도치 않게 ‘폭염 체험’이 컨셉이 됐다. 박 시장은 지난달 22일부터 한달간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 거주를 시작했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현장에서 듣고 정책에 담겠다는 취지였다. 옥탑방 이벤트를 기획하던 7월 중순에는 8월 첫 주의 극단적 폭염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폭염 체험’이 기획 취지는 아니었다.

박 시장은 순발력 있게 옥탑방 폭염 체험을 SNS으로 생중계하면서 미디어의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2일 인스타그램에 지지자 등이 보낸 소박한 ‘피서 용품’ 사진을 올리고 “40도를 오르내리는 이 곳 강북의 옥탑방에서 저의 안위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참으로 감사하다”고 썼다. 이어 “사무실에서 스티로폴 박스에 얼음을 담고, 손 선풍기로 바람을 집어 넣으면 시원한 바람이 한쪽 끝에서 나오는 수제 에어컨을 보내 주셨고, 어떤 분은 얼음을 수건으로 감싸서 밤에 안고 자라고 갖다 주셨다.신종 죽부인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SNS를 통해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선풍기.

박 시장은 또 “직접 찾아와서 수박이나 과일 등을 전달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물건은 거절하지만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했다. 이어 “과분한 은혜”라며 “오직 민생을 챙기고 도시를 바꾸는 일에 이 곳 강북에서 매진하겠다”고 썼다.

박 시장은 이밖에도 옥탑방에서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는 지하철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차 보냈다는 선풍기 사진을 1~2일 간격으로 꾸준히 올리고 있다.

박 시장의 옥탑방 체험은 야권의 ‘쇼’ 비판으로 오히려 더 흥행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선시대에도 임금이 민정을 살피자고 변복을 해서 시중을 돌아다녔다”며 “이렇게 시장이 현장에 가서 시민의 애환을 살피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하는 건 잘한다고 칭찬해 줄 일”이라고 했다. ‘대권 행보’라는 점을 더 강조하는 모양새다.

한편 여권의 또다른 거물 정치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폭염 탈출’ 컨셉으로 8월 첫주를 맞고 있다.

김 장관은 2일 휴가 중에 희귀 질환(루게릭병) 환자들을 응원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여를 제안받았지만, 재난 수준의 폭염에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모습이 적절하지 않다며 루게릭병 병원 건립 성금만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실장은 지난해와 달리 문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휴가를 떠나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임 실장은 2일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한 식당을 방문했다가 운영자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자 이에 응하기도 했다. 이 가게 운영자의 가족은 임 실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