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소녀의 ‘따끔한’ 지적에 성차별적 인식이 담긴 뉴질랜드의 도로 안내 표지판 문구가 바뀐다. ‘왜 전선 수리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남자로만 표현하나’ 하는 어린 소녀의 의문에서 시작된 일이다.

뉴질랜드 교통국(NZTA)은 7월 30일(현지 시각) 전깃줄 수리 작업을 할 때 차량 통제를 안내하는 표지판의 문구 ‘라인맨(linemen)’을 ‘라인 크루(line crew)’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맨’은 전선 보수 작업을 하는 기술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데, 이 단어에 포함된 남성 표현 ‘맨(men)’을 성중립적 표현 ‘크루(crew·팀)’로 바꾼다는 것이다.

전깃줄 수리 작업 중임을 안내하는 뉴질랜드의 도로 안내 표지판 ‘라인맨(linemen).’

NZTA가 표지판을 바꾸기로 한 것은 7세 소녀 조 카루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다.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조는 가족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도로 옆에서 전선 수리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작업 현장엔 ‘라인맨’이란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조는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여자일 수도 있는데 왜 남자라고만 써 있나’란 의문을 품었다.

조는 6월 18일 퍼거스 개미 NZTA 국장에게 편지를 썼다. “저는 이 표지판이 잘못됐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동의하시나요?”

조는 ‘라인맨’을 ‘라인 워커스(line-workers·전선 작업자)’나 이와 비슷하게 더 정확하고 공평한 표현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뉴질랜드의 7세 소녀 조 카루의 엄마 케이틀린이 도로 표지판과 관련해 딸과 뉴질랜드 교통국 국장이 주고받은 편지를 트위터에 공개하며 “7살 딸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썼다.

개미 국장은 조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바꾸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 것은 잘한 일”이라며 칭찬하는 답장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는 “(조가 제안한) ‘라인 워커스’는 표지판 크기를 조정해야 할 정도로 길기 때문에 ‘라인 크루’로 바꾸려 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 표지판이 낡아서 바꿔야 할 때 새 표지판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했다.

조의 엄마는 딸과 개미 국장이 주고받은 편지를 트위터에 공개하며 “내 7세 딸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NZTA도 트위터를 통해 표지판 변경 방침을 밝히며 “좋은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나 나올 수 있다. 일곱 살 어린이도 포함해서!”라고 썼다.

뉴질랜드는 남녀평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란 평을 받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뉴질랜드를 성별 간 임금 격차, 정치적 권리, 교육 면에서 성평등 국가 9위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