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56)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재(私財) 출연으로 국가대표 감독 선임 작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31일 "정몽규 회장이 외국의 유능한 지도자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할 경우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잘 써 달라며 40억원을 협회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현재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의 지휘 아래 감독 후보군과 협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유명 감독들의 몸값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은 한국에서 연봉 15억원을 받았다. 슈틸리케의 감독 경력이 초라해 비교적 적은 연봉을 줄 수 있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협회는 이번엔 30억원을 상회하는 연봉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감독 후보들이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어 선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감독 연봉의 범위를 상향 조정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군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콜롬비아)와 카를루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바히드 할릴호지치(66·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감독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한국과 인연이 있는 감독들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러시아월드컵에서 멕시코를 맡아 한국을 상대로 2대1 승리를 거둔 지도자다. 최근 멕시코와 결별하기로 한 그는 팔색조 전술로 유명한 지략가다.
이란 사령탑으로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한 케이로스는 이란 잔류와 한국행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2013년 한국과 월드컵 예선 경기를 할 때 신경전을 벌이다 한국 벤치에 '주먹 감자'를 날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란을 8년간 지휘하며 아시아 최강으로 만들었다.
할릴호지치는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 감독을 맡아 한국을 4대2로 대파한 주인공이다. 이후 일본 지휘봉을 잡았지만 협회와의 갈등으로 러시아월드컵 직전 경질됐다. 31일엔 "스페인 21세 이하 감독을 지낸 알베르트 셀라데스가 한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스페인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강호들은 대부분 사령탑을 정했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성인 팀까지 겸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 11월 지휘봉을 잡은 후안 안토니오 피치와 재계약했다. 호주는 자국 출신 그레이엄 아놀드가 지휘봉을 잡는다.
한편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을 지휘한 신태용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의 계약이 31일부로 종료됐다. 협회가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신 감독은 부임 1년 만에 물러나 당분간 휴식을 취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