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건강보험에 얹혀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서울의 A(63)씨는 이달부터 건보료로 월 16만5770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원래 23만6820원을 내야 하지만 피부양자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건보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나마 4년간 좀 줄여준 것이다. A씨는 연간 소득이 1000만원을 넘고, 재산 과표가 5억4000만원을 넘어 피부양자에서 제외됐다. 그는 아파트와 토지 등 재산(과표 6억7688만원)이 있고 공무원연금 월 198만원(연간 2376만원)을 받는다. A씨는 "소득(198만원)의 12%를 건보료(23만6820원)로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소득의 6.24%(본인 부담금 3.12%)를 건보료로 낸다.
새로운 부과 체계를 적용한 7월분 건보료 고지서를 배부하기 시작한 26일,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은 갑자기 크게 오른 건보료를 보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번 개편으로 저소득층은 건보료가 대부분 내렸지만, 일부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가 한꺼번에 대폭 올랐다.
건보료는 이번 개편에서 4명 중 한 명꼴로 바뀌었는데, 589만 가구의 저소득층 건보료는 월평균 10만4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2만2000원(21%) 내리고, 인상자는 84만명으로 평균 6만8000원이 오른 것이다.
각 건보공단 지사마다 건보료가 대폭 오르거나, 전에는 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수십만원의 건보료를 내라는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의 항의가 적지 않았다. 직장인 가족의 건강보험에 얹혀 건보료를 내지 않다가 이번에 소득·재산 기준 강화로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이 7만명이고, 이들이 내는 건보료는 월평균 18만8000원에 이른다.
서울 서초구 건보공단 지사 관계자는 "피부양자 제외자가 서초구에만 1만7000가구에 달해 불만이 크다"며 "(건보료를 2단계 개편하는 2022년까지) 4년간은 건보료의 30%를 깎아준다는 설명으로 겨우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금 생활자들이 피부양자 자격 강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연금 생활자들은 집 한 채 있고 소득은 연금밖에 없는데, 연금에 매기는 건보료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지금까지는 연금 소득의 20%만 소득으로 반영했는데 이달부터는 30%를 반영해 체감하는 건보료 상승 폭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아파트 등 재산(과표 5억원)까지 건보료를 물리면 월 30만원 가까운 건보료를 내야 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한 퇴직 공무원은 "예전에는 직장인이 봉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지역가입자 중 은퇴자들이 많아져 오히려 지역가입자들이 봉인 신세가 됐다"고 푸념했다.
이모(62)씨는 건강보험료가 67만원에서 113만원으로 껑충 뛴 7월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달에 비해 68.7% 오른 것이다. 그의 소득은 상가 임대소득과 금융소득 등 월 1190만원이다. 이씨는 "소득만큼 건보료를 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소득은 변하지 않았는데 10~20%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건보료를 배 가까이 올린 것은 황당한 정부 정책"이라며 인터넷에 불만을 터뜨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건보료가 월 59만원에서 93만원으로 올랐다며 "한 번에 60%나 올리는 게 정당하냐"며 "상식 수준으로 건보료를 조정해달라"는 청원도 올랐다. 건보료가 2배 올라간 지역가입자들도 나왔다. 금융소득이 1억7145만원이 있는 B(70)씨의 경우 건보료가 39만7580원에서 86만720원으로 크게 올랐다. 정부가 건보료를 매기는 소득·재산 등급표에서 소득은 3860만원, 재산 과표 5억9700만원 이상인 가입자들은 소득·재산 수준에 맞게 부과하겠다며 예전보다 건보료를 최고 53만원까지 더 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형제·자매가 직장인 피부양자에서 제외되면서 중증 장애인들의 하소연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직업을 갖거나 소득을 얻기 힘들어 건보료를 내기가 큰 부담이 된다며 장애인은 연소득이 3400만원 이하, 재산 1억8000만원 이하이면 피부양자로 유지한다는 엄격한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소득 없이 집 한 채 있다고 건보료를 내게 하면 빚내라는 얘기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다.
직장인 중에서도 건보료가 크게 인상되는 이도 많다. 외국에선 고소득자라고 과중한 건보료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일본 등은 건보료 최저 금액과 최고 금액 차이가 50~100배 수준인 데 반해 우리는 최저액(1만3100원)과 최고액(309만원) 차이가 무려 300배에 달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서울의 김모(62)씨는 "재산세보다 무서운 게 건보료"라고 했다. 아파트(재산 과표 6억7000만원) 재산세가 연간 170만원인데, 건보료는 무려 연간 202만원(월 16만8820원)이다. 4년 뒤인 2022년이면 그의 건보료는 월 19만2000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위해 건보료를 매년 3.2%씩 올리고, 아파트 등 재산 과표를 현실화하고, 2022년부터는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인들을 가르는 기준이 소득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진다. 월급 외 별도의 소득이 좀 있으면 건보료를 추가로 내게 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앞으로 건보료는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