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교 야구에선 잘 던지던 투수를 그냥 빼지 않고 야수를 시키다 다시 팀이 위기에 빠지면 마운드에 다시 세우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아예 빼자니 뒤집힐까 봐 불안하고, 그대로 마운드에 세우자니 오래 견디지 못할까 봐 사용하는 고육지책이다.
이런 장면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등장했다. 26일 미국 프로야구 탬파베이 레이스의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 3―2로 앞선 9회초 홈 관중은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8회초 등판했던 마무리 투수 우완 세르지오 로모가 3루수로 서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마무리 투수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나 경험한 로모가 야수로 나온 것은 그의 프로 경력상 처음이었다.
9회 양키스 선두 타자로 좌타자 그렉 버드가 나오자 레이스의 캐시 감독이 로모를 3루수로 옮기고 좌완 투수 조니 벤터스를 마운드에 올린 것. 로모는 벤터스가 버드를 내야 땅볼로 처리한 뒤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와 실책으로 1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 두 타자를 파울 플라이와 삼진으로 처리하며 3대2 승리를 지켜냈다. 이번 시즌 12번째 세이브였다. ESPN은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브를 공식 집계한 1969년 이후 3루수를 맡았던 선수가 세이브를 따낸 것은 로모가 처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