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25일(현지 시각) 미 CNN 기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문 관련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로 CNN 백악관 출입기자의 취재를 막았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 기싸움을 벌이며 ‘언론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CNN은 이와 관련 “명백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이 2018년 7월 25일(현지 시각) CNN 백악관 출입기자의 취재를 막았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로즈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에 케이틀런 콜린스 CNN 기자를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콜린스 기자는 기자회견에 앞서 방송기자를 대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날 CNN이 단독 공개한 ‘성추문 입막음용 합의금’ 비밀 테이프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이 비밀 테이프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한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과의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입막음용 합의금 문제를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추문이 불거진 여성들에게 입막음용 돈을 건넨 건 코언의 ‘독단적 결정’이었다며,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해왔었다.

이날 콜린스 기자는 “코언 변호사가 당신을 배신한 것이냐”, “(비밀 테이프에)다른 내용이 또 있는지 걱정되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콜린스 기자는 질문 이후 빌 샤인 백악관 공보국장에게 불려갔다. 콜린즈 기자는 “(빌 샤인 공보국장이)내가 한 질문이 부적절했다고 하면서 거의 소리를 질렀다”며 “내가 질문하는 걸 반기지 않기 때문에 기자회견에 못 오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성명을 내고 콜린스 기자의 질문이 부적절하다는 백악관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CNN은 “백악관이 질문을 불편하게 느낀다고 해서 질문이 적절하지 않다거나 질문을 하면 안되는 건 아니다”라며 “취재를 막은 이번 결정은 본질적으로 보복성 결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묵묵부답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CNN 방송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격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NN과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비난하는 대표적인 미국 언론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