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하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각) "우리는 감독관들(inspectors)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하겠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동창리 시설 해체가 "김정은의 약속과 일치한다"고 평가하면서도 '환영' 등의 표현은 쓰지 않았다. 비핵화의 핵심인 '검증'이 빠진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동창리 시설 해체로 비핵화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미·북 간 좁히기 힘든 입장 차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우리가 비핵화 선제 조치를 했으니 체제 보장 조치를 내놔라"고 요구하고, 미국은 "검증부터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일이 앞으로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북, 평양 인근 ICBM 조립 시설 해체"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이날 평남 평성에 있던 ICBM 조립 시설이 최근 위성사진에서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까지 ICBM 조립 시설이 있던 자리가 지난 20~24일 찍힌 위성사진에서는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시설은 과거에도 북한이 사흘 만에 조립과 해체를 반복했던 것으로 구조물만 따로 보관해 놓았으면 언제든 재건이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해외참전용사협회(VFW) 전국 대회에 참석해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앨런 존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근감을 표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앞으로 북한이 취해야 할 추가 조치'에 대해 "간단하다. 완전하고 충실히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했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한목소리로 요구한다"며 "세계가 북한의 비핵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데는 지속적인 제재 이행을 포함한 대북 압박 작전이 긴요하다"고도 했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분명히 '검증'이 가장 중요하다(paramount)"면서 "합법적인 국가와 합법적인 집단에 의해 이뤄지는 검증이 미국 정부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측이 이렇게 '검증'을 강조하는 것은 검증 절차 없는 비핵화는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의 검증 요구를 "강도 같다(gangster-like)"고 비난했다.

이날 국무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과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고, 아주 잘돼 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6·25전쟁에서) 전사한 용사들도 곧 미국 땅에 잠들기 위해 집으로 올 것"이라고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국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성과를 계속 포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美 전문가 "北 핵·미사일 능력은 여전"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미사일 시험장 해체가 비핵화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 중) 어느 쪽도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고를 감축하거나 핵·미사일 능력을 감소시키는 조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관련 시설에만 손을 대면서 트럼프에게 '대화를 계속할 구실'을 주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동창리 시험장 해체의 배경에 대해 "김정은은 미국을 계속 현재의 대화에 묶어 놓고 트럼프를 종전 선언 쪽으로 살살 몰고 가면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