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도전하는 사람에게 있거든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더 나은 가족을 꾸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분당차병원에서 만난 문명진 산부인과 교수는 출산을 '기회'라고 했다. 4000 건이 넘는 분만을 진행하고 네 남매를 낳아 키우며 깨달은 것이라고 했다.
누구보다 출산 베테랑이지만 그도 처음 새 생명을 친자식으로 맞이했을 땐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이 수천 명을 직접 받았지만, 자기 아이가 탄생하는 순간엔 아내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게 두려웠어요. 전혀 알지 못하는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두려움이 제일 컸죠".
문 교수와 아내는 부부 의사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아내는 고민 없이 전공을 소아과로 선택했을 정도로 아이를 좋아했다. 결혼 초엔 "셋 정도 낳자"고 했다. 하나씩 아이가 생길수록 기쁨이 배가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선물처럼 넷째가 찾아왔다. 아내 나이 마흔둘이었다.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첫째 아이와 넷째 아이는 여덟 살 터울이다. 쉽지만은 않았다. 문 교수는 "아이를 낳을 땐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시간 투자 없이는 기를 수 없고, 개인 시간도 많이 줄여야 해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아이들이 주는 기쁨이 몇 배로 크기 때문에 네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한 적 없다. 늘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다자녀가 서로 부대끼며 자라다 보니 사회성도 저절로 커졌다. 부모가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규칙'을 만든다. 갈등이 생기면 서로 회의해서 결정한다. 최근 둘째와 셋째 싸움에선 첫째와 넷째가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동생이 잘못했으니 사과해. 하지만 너도 이런 부분은 잘못했지?" 그 모습을 문 교수는 지켜보기만 했다. "살면서 부모와도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자녀가 한 명이면 기댈 곳이 없어 외로움을 느낄 텐데, 자기들끼리 공감하며 도와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같아요."
문 교수는 고위험, 노산, 다둥이 출산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다. 지난 1월 11일 본지 출산면(A27면)에 실린 6남매 가족 정재훈·윤희 부부의 아이들도 문명진 교수가 맡아 받았다. 부부가 힘들어할 땐 "나도 아이가 넷"이라며 위로했다. 이렇게 문 교수를 거쳐 간 아이가 수천 명이다.
문 교수는 젊은 부부들이 갈수록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병원을 찾는 산모들 나이도 20년 전보다 많아졌다. 출산을 두려워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문 교수는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될 땐, 본인이 어떻게 자랐는지 생각해보면 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 인격체고, 각자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살아갑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쑥쑥 큽니다. 결국 모든 선택은 아이가 스스로 하게 되더라고요. 부모 생각대로 살아가는 삶이 꼭 좋은 것도 아니고요."
문 교수에게 "본인은 몇 점짜리 아빠냐"고 물었다. "30~40점 되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이 바빠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네 아이와 의지하며 나누는 사랑이 빈자리를 채우고도 남는다. 문 교수는 "아이를 여럿 낳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기쁨을 매일 느끼고 있다. 젊은 부부들도 출산을 너무 겁내지 말고 이 기회를 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